오피니언

유재건 변호사 "억울한 죽음 막기위해 사형제 폐지를"

이철수 구명활동'함께 부르는…' 출간 유재건 변호사


"최근 강호순 사건 등으로 다시 사형을 집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강력범에 대한 혐오감 때문에 사형을 재집행한다면 10여년간 국제사회에 쌓아올린 한국의 민주화 수준을 스스로 깎아내리는 우를 범하게 됩니다." 15~17대 국회의원을 지닌 유재건(71ㆍ사진) 변호사는 자신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 지난 1970년대 재미동포 이철수 구명활동 과정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풀어 쓴 '함께 부르는 노래(범우출판 펴냄)'를 내고 이같이 말했다. 그는 판사의 오판 혹은 정치적 오판으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억울한 죽음을 막기 위해서는 사형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실제 우리나라에서도 민청학련 사건, 인혁당 사건, 동백림 사건 등 정치적 오판에 따른 억울한 죽음이 있지 않았느냐"며 "사형제도가 있는 나라와 없는 나라의 범죄율에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는 범죄예방에 사형제도가 별 효과를 발휘하지 못함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진 '이철수 사건'은 1971년 미국 LA에서 이민 1.5세대인 이철수씨가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몰려 1급 살인자로 재판을 받고 감옥에 갇힌 후 옥중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몰려 결국 사형선고를 받게 된 영화 같은 얘기다. 당시 캘리포니아주립대 로스쿨을 졸업한 뒤 언론을 통해 사건의 내막을 알게 된 유 변호사는 무보수로 6년여 동안 이씨의 변호사가 돼 그의 억울한 누명을 밝혀냈다. 그는 변호사를 맡은 후 구명위원회를 조직하고 모금운동도 적극적으로 펼쳐 20만달러라는 적지 않은 자금을 마련하기도 했다. 그는 "이 사건으로 미국 정부가 이민자에 대한 지원에 적극 나섰으며 한인 사회가 하나가 돼 우리의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기회도 됐다"며 "나뿐 아니라 수많은 이민자들의 노력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라 책 제목도 합창, 즉 함께 부르는 노래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변호사가 된 후 처음 맡게 된 이 사건은 그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그는 "'이철수 사건'은 법률공부를 한 사람이 초심을 잃지 않고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 그리고 억울한 사람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을 평생의 신념으로 간직하게 만든 소중한 기회"라면서 "15대 국회 때 사형제도 폐지를 적극 주장했던 것도 '이철수 사건'이 큰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그는 뒤늦게 책을 쓴 이유에 대해 "그동안 국회의원 신분으로 미국사회의 법적 오류를 드러내기가 조심스러웠다"며 "그러나 사형선고를 받았던 사람이 재재판을 통해 10년 만에 풀려 나온 이 사건은 미국 형행역사상 드문 사례로 이 사건을 통해 한국 이민사 발전과 미국과 한국의 관계변화를 알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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