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슈퍼마켓서 수수료 '0'로 가입 <br>고객이 쉽게 구매하게 판매채널 다양화<br>380개 운용사 4,500여개 상품중 선택<br>업계, 콜센터 감축등 최저 수수료 경쟁
| 한자리에서 수천여개 펀드를 판매하는 '펀드 슈퍼마켓'은 미국 펀드시장의 유통망은 물론 운용사의 판매비용까지 대폭 절감한 혁신적인 사례로 꼽힌다. 세계 1위의 수탁액을 자랑하는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 월스트리트지점이 운영하는 펀드슈퍼마켓 내부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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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자리에서 수천여개 펀드를 판매하는 '펀드 슈퍼마켓'은 미국 펀드시장의 유통망은 물론 운용사의 판매비용까지 대폭 절감한 혁신적인 사례로 꼽힌다. 세계 1위의 수탁액을 자랑하는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 월스트리트지점이 운영하는 펀드슈퍼마켓 내부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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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판매, 미국서 배운다] 펀드 천국, 소비자는 왕
전문슈퍼마켓서 수수료 '0'로 가입 고객이 쉽게 구매하게 판매채널 다양화380개 운용사 4,500여개 상품중 선택업계, 콜센터 감축등 최저 수수료 경쟁
현상경 기자 hsk@sed.co.kr
한자리에서 수천여개 펀드를 판매하는 '펀드 슈퍼마켓'은 미국 펀드시장의 유통망은 물론 운용사의 판매비용까지 대폭 절감한 혁신적인 사례로 꼽힌다. 미국 1위의 수탁액을 자랑하는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 월스트리트지점이 운영하는 펀드슈퍼마켓 내부 전경.
저금리가 정착되면서 투자상품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고령화 시대를 맞아 노후대비 차원에서 간접투자문화가 활성화되면서 펀드투자가 붐을 이루고 있다. 이제는 펀드를 빼고는 자산형성을 생각하기가 어려운 시대다. 하지만 국내 펀드 판매시장은 판매 창구가 여전히 은행과 증권사 등에 치중돼 있고 선진국에 비해 판매 수수료도 턱없이 높은 실정이다. 고객에게 펀드의 내용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불완전판매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세계최대의 펀드유통시장으로 자리잡은 미국 현지취재를 통해 국내 시장에 주는 시사점을 3회에 걸쳐 소개한다.
미국 월가(Wall Street) 근처에 작은 기념품 가게를 운영하는 토드 앤더슨씨. 37번째 생일을 맞아 노후대비 차원에서 펀드에 가입하기로 마음먹은 그는 인근에 있는 피델리티 인베스터먼트 월가지점의 ‘펀드 슈퍼마켓’을 찾았다. 앤더슨씨는 이곳에서 컴퓨터와 전화로 펀드를 소개받는 웹데스크 시스템을 통해 380여개 운용사의 4,500여개 펀드상품을 접할 수 있었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피델리티 이외의 운용사들이 만든 펀드. 웹데스크에 익숙치 않는 고객은 같은 사무실에서 전문 ‘재무설계사(FP)’가 제공하는 맞춤형 펀드상품구성 서비스를 받아볼 수도 있다. 앤더슨씨처럼 피델리티 월가 지점에서 펀드 서비스를 받는 고객은 현재 18만7,000여명에 달한다.
세계 최대규모의 자산운용시장을 자랑하는 미국은 지난 73년 펀드운용사들이 무료전화로 직접판매를 시작했기 때문에 한국보다는 30년 이상 앞서 있다. 미국에서 펀드에 가입한 가구수는 2005년말 현재 5,500만가구로 전체의 48%에 달한다. 두 집에 한 집 꼴로 펀드에 가입할 정도로 펀드투자가 보편화 돼 있다. 미국을 이 같은 ‘펀드천국’으로 만든 핵심 원동력은 ▦다양한 판매채널 ▦낮은 수수료 체계에 있다.
증권사, 은행창구를 통해 대부분의 펀드가 팔리고 있는 한국과는 달리 미국은 운용사가 직접 판매하는 것 외에도 펀드슈퍼마켓, 독립적인 재무설계사 등을 통한 판매채널도 활성화 돼 있다. 샌드라 웨스트 미국자산운용협회(ICI) 리서치담당 이사는 “지난 90년대에는 펀드슈퍼, 재무설계사, 인터넷 등의 펀드판매 비중이 29%에 불과했지만 2000년대 들어 50%대로 뛰어 오를 만큼 새로운 판매채널이 많이 이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토마스 워슬리 피델리티 뉴욕지역 컨설턴트는 “피델리티의 펀드슈퍼마켓에서 팔리고 있는 상품의 절반 이상은 피델리티 이외의 운용사가 만든 상품“이라며 “펀드슈퍼마켓에서는 이처럼 다양한 상품을 저렴한 비용으로 ‘원스톱 쇼핑’ 할 수 있기 때문에 인기를 끌고 있다”고 소개했다.
낮은 수수료 체계는 펀드구매를 더욱 활성화시켰다. ICI 집계에 따르면 주식형 펀드의 자산대비 연평균 보수율은 지난 80년 2.32%에 달했으나 지난해 말에는 1.13%까지 떨어졌다. 마틴 번스 ICI 펀드판매담당 이사는 “다양한 유통채널이 등장하면서 판매경쟁이 치열해졌고 이는 저렴한 비용의 펀드 개발과 펀드 판매 촉진이라는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지난 75년 펀드 수수료 자유화 조치가 나오면서 운용사들이 투자자문 서비스를 잡지, 방송 등으로만 제공하는 대신, 판매수수료는 없애버린 이른바 ‘노-로드’(No-load)펀드들도 생겨났다. 이어 80년대 들어서는 펀드의 판매수수료를 고객이 지불하지 않고 펀드자산에서 제공할 수 있도록 한 이른바 ‘12b-1’규정이 생겨 수수료를 더욱 낮췄다.
미국내 2위 수탁고를 자랑하는 뱅가드의 경우 예산의 40%이상을 웹서비스에 투자하는 대신, 콜센터직원 등은 대거 줄이면서 미국내 최저 수수료를 자랑하는 펀드를 내놓기도 했다. 네이선 뉴포트 뱅가드 국제고객서비스 담당관리자는 “이런 효율적인 비용절감을 통해 뱅가드의 순자산 대비 펀드수수료 비용이 미국내 경쟁사의 5분의 1수준인 0.24%까지 낮아졌다”고 소개했다.
입력시간 : 2006/12/05 1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