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남북경협의 信義와 辛意

[기자의 눈] 남북경협의 信義와 辛意 민병권 기자 newsroom@sed.co.kr "신의가 무슨 뜻인지는 사전을 찾아보시라요." 19일 리종혁 조선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이 북한 현지에서 열린 금강산 7주년 기념식의 축사에서 "금강산 관광 활성화를 신의와 의리에 기초하여 추진하겠다"고 밝힌 이후 기자들이 신의의 의미가 뭐냐고 물은 데 따른 답변이다. 국어사전을 찾아봤다. 뜻 풀이는 명쾌했다. '신의(信義)=믿음과 의리'. 그러나 리 위원장이 던진 신의라는 말은 명확하지 않은 것 같다. 그는 기념식 축사에서 사업주체인 현대아산의 오너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이름 조차 거명하지 않은 채 "현대아산 관계자들"이라는 호칭으로 뭉뚱그려버리는 결례를 범했다. 리 부위원장이 선대 오너인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고 정몽헌 회장에 대해선 축사 내내 이름을 또박 또박 읽어가며 여러 차례 공로를 치하한 것과는 현격히 비교가 돼 민망스러울 정도였다. 리 부위원장은 또 북측이 지난 3개월여간 무언의 퇴출압력을 행사하고 있는 윤만준 현대아산 사장 거취 문제 해결에 대해 기자가 묻자 "글쎄요"라고 답했다가 재차 질문하자 "윤 사장이 워낙 많아 어느 윤사장인지 모르갔시오"라고 모르쇠로 일관하기도 했다. 사업파트너의 오너와 최고경영자(CEO)를 잇따라 폄하하는 듯한 리 위원장의 언사는 그가 축사에서 밝힌 신의가 '信義'가 맞는지 갸웃하게 만든다. 실제로 행사에 참석한 현대그룹의 한 관계자도 대북사업 확대 전망에 대해"북측의 반응이 럭비공 같아서 솔직히 어느 방향으로 튈지 모르겠다"고 고민하는 속내를 털어놨다. 반면 북측은 철저히 자신들만의 실리를 추구하고 있다. 아직 수익성 여부를 가늠할 수 없는 당일치기 개성관광 코스에 대해선 북측은 관광객 1인당 무려 150달러의 비용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자신들에겐 실리를, 사업파트너에겐 의리만을 요구하는 것이 북측에서 원하는 신의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의 개혁개방 모델을 벤치마킹하고 있는 북한은 협상 전략에 있어서도 중국식 만만디(慢慢的)를 지향하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북한은 중국과는 달리 히든 카드로 삼을 거대 내수시장도 없다. 더구나 산업인프라는 피폐하며 군사적 위험과 정책불투명성마저 상존해 있다. 이런 이유로 모든 해외 자본들이 등을 돌리고 있을 때 현대그룹은 7년간 헌실적인 대북투자를 해왔다. 이 같은 파트너를 자신들 입맛에 맞춰 대한다면 앞으로 어떤 사업자가 대북투자에 나설 수 있을까. 남북경협 활성화를 위해 자신만의 실리가 아니라 공동의 실리를 추구하는 진정한 信義가 필요할 때다. 입력시간 : 2005/11/20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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