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美 블록버스터 공세 거세다

트로이, 투모로우 이어 슈렉2, 스파이더맨, 아이 로봇 등 줄줄이 대기<br>최근 국내 극장점유율 60% 달해…상영기간 2~3주 늘려 7월까지 연장<br>소품위주 국산 영화 기세 꺽여…올 여름까지 '할리우드'열풍 이어질 듯


미국 블록버스터 영화들의 공세가 다시 뜨겁다. ‘트로이’, ‘투모로우’ 등 제작비 1~2억달러를 웃도는 할리우드의 초대형 영화들이 높은 인기를 누리면서 극장가를 휩쓰는 가운데 중편 위주의 국내 영화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 이들 할리우드 영화들은 개봉 초기 다소 주춤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국내 관객들의 관심이 높아져 ‘대박’에 대한 기대를 한껏 부풀리고 있다. 워너 브라더스, 20세기 폭스 등 국내 직배사들은 오랜만에 찾아온 할리우드 영화의 재부상에 자못 즐거운 표정을 지으며 여름방학시즌에 앞당겨 상영 일정 조정 등 수입 극대화에 부산한 움직임이다. 이들 영화사들은 ‘슈렉2’, ‘스파이더맨 2’, ‘아이 로봇’, ‘해리포터3-아즈카반의 죄수’ 등을 줄줄이 대기시켜 놓고 이달부터 시작된 할리우드 열풍을 여름시즌까지 이어간다는 구상이다. ◇ 헐리우드 영화 국내 시장점유율 60%=8일 업계에 따르면 ‘트로이’와 ‘투모로우’는 각각 70만, 55만명의 관객을 동원해 국내 시장점유율 35%, 25%를 기록했다. 비록 1위 자리는 최근 개봉된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37%)’에 내줬으나 연초부터 이어져 온 국산 영화 우세 현상을 외화 우세로 완전히 뒤집은 것. 온난화로 인한 엄청난 기상이변으로 지구에 다시 빙하기가 온다는 설정의 재난영화 ‘투모로우’는 관객들의 반응이 좋아 이번 주엔 1위자리에 오를 것으로 내심 기대하고 있다. 고대 그리스와 트로이의 10년간의 전쟁을 그린 영화 ‘트로이’ 역시 이번 주엔 국내 누적 관객수 3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해당 영화사들은 이 같은 추세가 다음달까지 이어질 것으로 낙관하면서 영화 상영기간을 늘려잡고 있다. 워너 브라더스 관계자는 “주인공 브래드 피트보다 헥토르 역으로 나온 에릭바나가 청소년층과 여성층으로부터 인기를 얻으면서 가족, 직장, 동호회별 단체 관람이 늘고 있다”며 “당초 계획보다 2~3주 더 늘려 ‘해리포터 3…’이 나오는 7월 중순까지 상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패션 오브 트라이스트’의 조기 종영으로 의기소침했던 20세기 폭스사의 한 관계자도 “오랫만의 대형 재난영화인 투모로우가 개봉이후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며 “이 상태라면 오는 7월 30일 국내 개봉 예정인 ‘아이 로봇’을 들여올 때까지 투모로우를 밀고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 ‘태극기 휘날리며’, ‘실미도’ 이은 후속작 없다 =이에 반해 국산 영화들은 관객 1,000만명을 동원한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에 이은 후속타 불발로 크게 주춤하고 있다. 5월 말에는 ‘하류인생’, ‘아라한 장풍 대작전’, ‘효자동 이발사’ 등 내노라 하는 국산 영화들이 외국 대작 영화들의 기세에 눌려 관객 점유율 6%이하의 저조한 실적으로 국내 스크린의 70% 이상을 외국 영화들에 내주는 수모(?)를 당했다. 한류 스타 전지현을 내세워 국내 시장보다는 중국, 동남아 등 아시아 시장을 우선 겨냥한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여친소)’는 개봉 첫주 주말 관객동원 1위(86만명)를 차지했으나 내심 뒤심 부족이 우려되고 있다. 영화의 완결성이나 작품성보다는 오랜만에 스크린에 등장한 여성 인기배우에 대한 관심도가 첫 주 흥행을 이끌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기 때문. 한 영화 관객은 “영화 밑바닥에 흐르는 정서가 다소 이질적인 데다 우연이 많은 스토리 전개가 리얼리티를 떨어뜨린다”며 “마치 전지현의 CF영화를 불연속적으로 나열해 놓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6월 한달동안 연달아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송윤아 주연의 ‘페이스’(11일), 김하늘 주연의 ‘령’(18일), 전도연 주연의 ‘인어공주’(25일) 등 역시 대부분 소품이나 시장이 한정된 공포물 위주여서 미국계 블록버스터들의 공세를 막아 내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영화진흥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이어져 온 국내 영화의 압승 현상이 최근 들어 역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분위기를 반전시킬만한, 잘 만들어진(well-made) 국산 영화가 없다면 할리우드 영화의 공세에 국내 영화시장을 다시 넘겨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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