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도 기업이 대학교육을 평가하는 시대를 맞게 됐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ㆍ경제5단체장과 교육 및 경제 부총리가 최근 이에 합의함에 따라 내년 하반기부터 기업 및 산업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구성되는 ‘대학평가위원회’가 금융ㆍ건설ㆍ조선ㆍ자동차 등 기업활동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학과부터 평가해 순위를 매긴다는 것이다. 이로써 대학교육과 기업 수요와의 ‘불일치’가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대학교육 평가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대교협이 이를 해왔으나 대학연합체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데다 일부 상위권 대학이 참여를 기피해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이 때문에 대학졸업생을 채용해야 하는 기업은 대학교육이 산업현장의 요구와 부합되지 않는다고 볼멘소리를 해왔다. 기업은 신입사원을 뽑으면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입해 산업현장에 맞도록 재교육시키는 일을 매년 반복해야 했다.
일부 대학과 기업이 손잡고 반도체학과를 신설하는 등 맞춤교육을 하는 예가 늘기는 했으나 아직 기대치를 밑돌고 있다.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경쟁사회 부합도가 바닥권이라는 것은 스위스 국제경영대학원의 조사가 뒷받침한다. 신입사원의 높은 이직률도 산업현장과 대학교육의 ‘미스매치(불일치)’가 큰 원인 중 하나라는 점에서 기업의 대학교육 평가는 바람직한 일로 차질없이 이행돼야 할 것이다.
대학 측도 캠퍼스에 안주하던 시대가 지났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당장 내년부터 ‘대학평가위원회’의 평가가 낮은 대학은 졸업생의 취업은 물론 연구 및 사업 등에서 기업 측의 지원을 받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대학도 일본이 지난 2002년부터 실시해온 대학평가제를 참고 삼아 커리큘럼부터 산업현장에 맞도록 편성해 실무형 인재를 배출해야 한다.
지금까지 뒷전에서 불평만 하던 기업 측도 이제는 대학교육 평가라는 ‘칼자루’를 쥔 만큼 모든 대학이 납득할 수 있는 객관적인 평가모델을 개발하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 출발을 잘해야 오는 2009년 정보통신ㆍ전자ㆍ반도체ㆍ관광 분야, 2010년 철강ㆍ석유화학ㆍ섬유ㆍ바이오ㆍ문화콘텐츠 분야로의 평가 확대를 계획대로 실행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