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성진 삼성자산운용 채권운용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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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로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가장 낮았을 때는 2004년 12월말 3.81%였다. 당시는 신용카드 버블이 붕괴되면서 마이너스 소비증가율을 2년 연속 기록하던 상황이었다. 투자자들은 콜금리와 0.5%포인트 차이밖에 안 나는 10년물 국채를 사면서도 금리가 더 떨어질 거라 믿었다. 중앙은행의 금리인상에 대한 시그널은 전무하다시피 했다. 그러나 이듬해가 되자마자 정부는 10년물의 인기에 편승해서 발행량을 대거 늘렸고 중앙은행은 매파로 돌변하면서 채권시장은 아비규환이 됐다.
또 다시 10년물 금리가 하락세다. 지난주말 10년물 금리는 4.00%를 기록했다. 리먼 브러더스 파산 후 금융시장이 암울했던 2008년말 전저점(4.22%)은 경신했다.'지금은 향후 경기모멘텀 둔화의 신호인가, 아니면 균형감각을 상실한 시장의 투기인가.'
2008년말과 비교했을 때 지금의 경기 모멘텀이 더 부정적이다. 당시 전세계의 경기지표는 처참했고 더 잃을 것이 없는 시장이었으나 그래서 회복도 빨랐다. 특히 한국은 제조업의 경쟁력이 세계적 수준이면서도 이머징 국가로 불리면서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섰다. 그로 말미암은 수출에서의 혜택은 거대했다. 10년물은 4% 아래로 내려가지 못하고 재차 반등했으며 예언대로 경기는 좋아졌다.
지금은 다르다. 일부에서는 더블딥은 없다면서 늦어도 내년 초에는 선행지표의 반등이 오리라고 하지만 동행지표는 아직 최고치고 산업생산과 동행순환지표ㆍ기업체감지표는 이제 하락 초입국면이다. 더블딥이야 없겠지만 내년이 올해 보다 GDP 증가율이 높을까. 지금은 2008년말 보다 더 어둡다.
2005년을 회상해 봤을 때도 지금을 시장의 광기로 보기는 어렵다. 먼저 투기에 가담할 채권형 펀드들이 별로 없다. 큰손들은 CMAㆍRP 등을 운용하는 증권사 채권상품이지만 10년물과는 거리가 멀다. 연기금ㆍ보험은 한번 사면 그걸로 끝이다. 은행은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신호에 묶여 살 타이밍을 지금도 기다린다. 한국은행은 이번 달에 기준금리를 인상해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반면 기준금리와 장기금리의 격차는 1.5%포인트 이상이라서 단기금리가 올라도 직접적인 영향은 적다. 시장은 충분히 주의하고 있는 셈이다.
외국인은 실질실효 환율 측면에서나 여타 아시아 통화와 비교했을 때에도 저평가된 원화 환율이 확 떨어지기 전에는 멈추지 않을 태세다. 정책적으로 무조건 원화포지션을 가져가야 하는 수요까지 늘고 있다. 이런 이유들이 이번주 국채 10년물의 역사상 저점인 3.8%대에 대한 위협시도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게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