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청년 갑부


1985년 미국의 여성 잡지 '굿하우스키핑' 2월호는 '최고의 신랑감 50인'을 발표했다. 리스트에 오른 인물의 상당수는 40세 이상. 46세의 중년 배우 워런 비티가 그랬고 53세의 에드워드 케네디도 있었다. 하지만 20~30대이면서도 당당히 이름을 올린 이들도 있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당시 30세)와 테니스 스타 존 매켄로(26) 등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단 하나 돈이 많다는 것이었다. 이를 두고 아이오와주의 한 지역신문은 "최고의 신랑감과 부자는 동의어"라고 평가했다.


당시만 해도 게이츠 등은 '앳된 부자'로 표현됐지만 지금은 20대 갑부가 어색하지 않은 시절이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고작 23살의 나이에 억만장자의 반열에 올라섰고 15억달러의 자산을 보유한 에번 스피걸 스냅챗 창업자만 해도 25세다. 그렇다고 이들을 단순한 돈벌레로 생각하면 큰 오산. 1994년 11월 어느 날 게이츠가 아내 멜린다에게 말을 건넸다. "노트를 하나 사야겠어. 아주 특별한 노트야." 그리고 며칠 뒤 게이츠는 크리스티 경매에 나온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업 노트 '레스터 사본(Codex Leicester)' 중 한 권인 '코덱스 해머'를 손에 넣었다. 달과 물의 움직임 등에 대한 다빈치의 생각을 기록한 이 고문서를 갖는 대가로 그가 지불한 금액은 무려 3,100만달러. 원하는 것에 대한 불같은 집념과 열정이 없다면 불가능한 거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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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계 35세 미만의 억만장자 상위 10명 중 절반 이상이 정보기술(IT) 기업 창업자로 채워졌다는 소식이 들린다. '톱 20' 중에는 중국인 3명도 포함됐다는데 IT 강국으로 불리는 우리나라에서 왜 이런 청년 갑부들이 나오지 않는 것일까. 우리 사회가 젊은이에게 생존과 경쟁만을 강조하다 보니 새로움에 대한 열정을 고갈시킨 것은 아닐지, 혹 하나의 정답만을 강요하는 획일성 탓은 아닐지 기성세대가 되돌아봐야 할 대목이다.

/송영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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