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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이태원 경리단길 골목 어귀를 지나다 보면 어김없이 길게 늘어져 있는 줄을 볼 수 있다. 오랜 기다림을 마다하며 이들이 손에 쥔 것은 길이 50㎝의 츄러스. 맛도 맛이지만 2,000원대에 지나지 않은 저렴한 가격 덕에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다. 지난해 2월 문을 연 '스트릿 츄러스'는 이 일대 '뒷골목 반란'의 주역으로 통한다. 26㎡(8평) 남짓의 작은 가게에서 시작했지만 창업 6개월 만에 가맹사업을 시작, 현재 38개 매장을 운영중이다. 백화점 식품관에도 진출했다. 소상우 스트릿 츄러스 대표는 "시작은 골목이었지만 글로벌 프랜차이즈를 목표로 내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뒷골목이 신규 외식 브랜드를 양산하는 인큐베이터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SNS의 보편화와 맞물려 '찾아가는 맛집' 전성시대가 찾아온 만큼 스트릿 츄러스의 사례처럼 대로변 대형점포가 아닌 뒷골목 B급 상권에서 '1호점'을 내고 세를 넓혀나가는 외식 브랜드가 점차 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11년 리움미술관 인근 골목에 문을 연 '피제리아 드부자'(일명 부자피자)도 골목 부흥을 이끈 주인공이다. 당시 20대 후반∼30대 중반의 청년 5명이 만든 이 레스토랑은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을 비롯해 한남동 일대에 사는 회장님이 먹는 피자라는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얻었다. 동네 평범한 레스토랑으로 시작했지만 일대 분점까지 내며 성공에 날개를 달았다.
'뒷골목 다윗'의 등장에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곳은 대형 유통점이다. 골목 맛집이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아성에 능가하는 힘을 얻자 골목 브랜드 유치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공정무역 착한커피로 소문난 서울 연희동 골목의 '커피 리브레'와 건강한 빵 콘셉트로 동네 부티크 베이커리 전성시대를 연 서울 한남동 골목의 '오월의 종'은 지난해 새단장한 영등포 타임스퀘어에도 입점했다.
덩치는 작지만 참신한 아이템과 콘셉트로 외식업계에 새 피를 수혈하고 있는 이들이 뒷골목을 '1호점'으로 선택한 데에는 몇 가지 공통분모가 있다. 하나는 '미니 자본'을 활용해 다양한 시도를 해 볼 수 있는 실험 무대라는 점이다. 소 대표는 "지난해 2월 스트릿 츄러스 매장을 내기 전 같은 자리에서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었다"며 "애초 작게 시작했기 때문에 큰 출혈 없이 바로 경쟁력이 있는 다른 아이템으로 옮겨 갈 수 있었다"고 전했다. 저렴한 임대료도 청년 사업가들을 뒷골목으로 끌어들이는 이유다. 수도권 대형 상권에 비해 임대료는 절반 가까이 저렴해 고정비용을 낮춰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시류에 쉽게 휩쓸리지 않고 '먹으면서 즐기는(이터테인먼트·eatertainment)'요소가 있다면 불리한 B급 입지도 쉽게 극복할 수 있다는 게 공통 의견이다. 서울 한남동 독서당길, 용산동 해방촌길, 종로 서촌길, 당인동 당인리발전소길 등의 골목에 소자본창업자가 몰리는 이유다.
'뒷골목 반란'은 한동안 강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은 "이제 상권 흡인력이 간판 때문에 발생하는 때는 지났다"며 "프랜차이즈에 피로감을 느껴 '숨은 골목찾기'로 자신만의 먹거리 아지트를 만들고 싶어하는 이들을 중심으로 뒷골목 맛집에 대한 수요는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골목 상권에도 성패는 상존한다. 소 대표는 "뒷골목 상권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방법은 시장 세분화"라며 "작은 시장에 '전문 상점' 느낌이 나도록 쪼개고 특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