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러 직업에서 성역(性域)이 깨지고 있다. 흔히 여성들만의 직업이라고 여겨왔던 텔레마케터도 이 범주에 속하는 직업군의 하나.CJ39쇼핑 이동호(30)텔레마케터 슈퍼바이저는 "텔레마케터는 홈쇼핑의 얼굴"이라며 "여성의 전유물이었던 성역에서 탈피 고객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는 신념으로 매일 전화와 씨름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현재 500여명이 일하고 있는 CJ39쇼핑의 텔레마케터중 남자는 고작 1%인 6명에 불과하다.
이씨는 "텔레마케터가 단순히 전화를 판매활동에 이용하는 전화판매(Telephone Sales)와 달리, 전화를 건 고객에게 상품내용을 자세히 설명해주고 고객의 구매의욕을 창출해 내는 전문직종"이라며 "홈쇼핑 고객 중 상당수가 가정 주부임을 감안할 때 남자가 여자보다 훨씬 신뢰감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텔레마케터의 직업윤리는 '정직'이라고 강조했다. 홈쇼핑 소비자들은 직접 상품을 보지 않고 물건을 구입하기 때문에 텔레마케터의 정직한 상품소개가 매출 상승으로 바로 연결된다는 얘기다.
이씨가 하루에 통화하는 건수는 약 200여통. 이중 상품구입으로 성사되는 비율은 50%정도다. 다른 텔레마케터보다 10여%P이상 높은 성사율이다. 그는 '남자라는 장점'도 영향을 주지만, 정확한 상품정보 제공을 위해 꾸준히 노력한 결과라고 자부한다.
텔레마케터는 '대박상품'을 창출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항상 물건을 파는 일과 접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니즈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상품을 소싱하는 MD(Merrchandiser)들은 텔레마케터들의 의견을 가장 귀담아 듣는다.
이씨가 성공시킨 대표적인 상품이 '콘도 회원권'이다. 그는 건설회사에 있었던 경험을 살려 지난 99년 홈쇼핑에서는 국내 최초로 '제주 토비스' 콘도회원권을 홈쇼핑에서 판매하자고 제안했다.
그의 의견이 수용되고 이 상품은 건설업체나 소비자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키며 50개 객실 회원권이 한달만에 전부 팔렸다. 대부분의 콘도 회원권을 완전히 판매하려면 1~2년 걸리는 것을 감안한다면 대성공이었다.
"여성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일하다 보니 스스로 여성적으로 돼 가는 것 같다"면서 약간은 걱정스러운 미소를 짓는 이씨의 얼굴에 전문인으로 자신감이 피어 올랐다.
강창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