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부실채권 시장쟁탈전 뜨겁다

국내 금융사들은 부도기업으로부터 「돈 받을 권리(채권)」를 팔고 사는 부실채권 시장에 대한 인식이나 여력이 없었던 것이 사실. 그러나 최근 경기가 회복기미를 보이자 『부실채권을 성업공사에 팔지 않고 자체 사업으로 해결하겠다』는 은행이 부쩍 늘고 있다. 성업공사는 금융구조조정이 시작된 이래 공적자금을 이용해 금융권의 부실채권을 인수해온 유일의 기관이었다.은행들의 부실채권시장 직접 참여 움직임에 따라 성업공사로 넘어가는 물건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 성업공사는 올해말까지 28조3,000억원 어치의 부실채권을 인수할 계획이었으나, 지난 9월말 현재 매입규모가 12조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은행들은 부실채권을 운용하기 위한 자산관리회사(AMC·ASSET MANAGEMENT COMPANY)를 잇달아 설립, 시장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부실채권시장이 팽창하면서 새로운 시장참여자들이 속속 등장, 경쟁체제로 이행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외국계 금융사까지 가세하면서 부실채권시장이 성업공사-국내 금융사-외국사 등 3파전 양상으로 펼쳐질 전망이다. ◇경기만 살아나면 2~3배 남는 장사= 국내외 금융사들이 부실채권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은 우리 경제의 회생 속도에 따라 부실채권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둔갑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은행들은 워크아웃채권까지 AMC에 넘겨 모은행을 클린뱅크로 만들겠다는 계산까지 갖고 있다. 부실채권을 자산유동화(ABS·ASSET BACKED SECURITIZATION) 상품으로 구성, 투자자들에게 팔거나 AMC를 통해 가지고 있다가 경기가 좋아진 뒤 채무자로부터 원금과 이자를 모두 받아낸다는 투자전략이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부실채권이 「고위험-고수익(HIGH RISK-HIGH RETURN) 투자대상」으로 각광을 받은지 오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어차피 못받을 것으로 간주돼 대손상각처리했던 채권을 나중에라도 회수한다면 특별이익이 그만큼 늘어나는 셈』이라며 『이렇게 좋은 부업을 마다할리 있겠느냐』고 말했다. ◇은행들, 부실채권에 투자하겠다= 산업은행은 이달중 외국계 투자은행과 합작으로 AMC를 설립할 계획이다. 산업은행은 JP모건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 협상을 벌이고 있다. AMC는 산업은행의 부실채권을 넘겨받아 관리 및 회수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한빛은행도 올해안에 AMC를 설립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외국사들과 합작을 추진하고 있다. 한빛은 특히 워크아웃 여신까지 자회사에 넘겨 운용할 방침인데, 은행 관계자는 『워크아웃 기업의 회생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들 기업의 채권과 주식이 유동화되면 투자가치가 높을 것』이라며 『경험이 많은 외국 파트너를 끌어들일 경우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도 있다』고 말했다. 뉴브리지가 제일은행의 워크아웃채권까지 인수키로 하면서 「싫은 기색」을 하지 않은 것도 이같은 투자매력 때문으로 풀이된다. 산업·한빛은행에 이어 주요 시중은행들도 부실채권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군침흘리는 외국계 금융사들= 시중은행 관계자는 『모 외국계 금융사로부터 「워크아웃 대상 대우채권을 관리하는 AMC를 공동으로 설립하자」는 제의를 받았지만 거절했다』며 『외국사들이 요즘에는 워크아웃 여신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JP모건과 골드만삭스, 론스타펀드, 모건스탠리 등 내로라하는 외국 금융사들의 진출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성업공사와의 합작을 통해 국내 부실채권시장에 발을 들여놓았으나, 시중은행들이 AMC를 설립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잽싸게 은행쪽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모건스탠리 등은 올해초부터 은행들에게 『성업공사보다 높은 가격을 쳐줄테니 부실채권을 팔라』는 조건을 제시, 이목을 끌어왔다. 한상복기자SBHA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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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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