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통된 지 한 달이 지난 고속철도의 평균 승차율이 60%에 머물러 적자경영 이 우려되고 있다. 철도청은 하루 평균 7만1,000명으로 당초 예상치인 15만명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일반열차를 포함할 경우 14만3,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5%가 늘어났다고 항변하고 있다. 또 운행수입도 하루 평균 22억원으로 일반열차 수입까지 합하면 31억원이나 돼 지난해보다 배이상 증가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고속철도에는 총 13조4,000억원이 들어갔고 부채만도 10조7,000억원이 된다. 더욱이 2단계 사업비로 5조원이 더 들어가야 하고 역방향 좌석 을 개조하려면 1,284억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한다. 당초 철도청은 2007년까 지 흑자를 내고 2017년에는 부채상환을 끝마친다는 계획이었지만 승차율을 획기적으로 올리지 못하면 부실덩어리로 전락할지 모른다.
고속철의 승차율이 낮은 것은 무엇보다 초기에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 했기 때문이다. 철도청은 초기의 프랑스 TGV나 독일의 ICE보다 정시 운행률이 훨씬 높다고 하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난 운행장애와 지연은 소비자에게 매력을 주지 못한 게 사실이다. 최근 들어 고장이 거의 없어지기 는 했으나 경쟁상품에 비해 높은 가격이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아직 경쟁력 확보에 실패했다고 보는 게 옳다. 상업운행 속도가 초속 83㎙ 이고 지난해 전국을 강타한 태풍 매미의 순간 최대풍속이 60㎙였으므로 태풍보다빠른 게 고속철도다. 그 고속성 때문에 아무리 사소한 운행사고도 국민들에게 주는 불안감은 크다.
특히 지난 28일 서대전역에서 광주발 서울행 열차가 자동감지장치 고장으로 특실 출입문이 열리지 않아 2명의 승객을 정거장에서 5㎞나 떨어져 승하차 시설이 전혀 없는 조차장 지역에 내려준 것은 사고위험이 높은 지역에 승객을 짐짝처럼 부린 어처구니 없는 처사였다.
철도청은 오는 6월1일부터 역방향 좌석에 대해 운임을 5% 할인해 주고 터널 소음의 단계적 해소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지방자치단체와 협조해 연계 교통망 구축도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선로전환기 장애 등의 정밀 안전진단에는 시간이 걸리게 마련이고 역방향 좌석과 좁은 좌석 간격의 개선, 기 준치 초과 터널소음의 제거 등도 당장 고치기가 힘든 상황이다. 또한 운임 체계의 불만도 수입손실이 우려되는 만큼 대책 마련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 에 없다.
따라서 철도청 등은 고속철도 기본계획의 부실을 인정하고 빠르기만 하지불편하고 위험하다는 국민 인식을 바꿔나갈 근본적이고 다각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 최고의 교통상품을 내놓는 길만이 적자운영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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