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재산세 인상안을 두고 팽팽한 긴장감이 돌았던 서울 강남 지역 자치구와 정부간 줄다리기가 자치구의 판정승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서울시가 자치구의 재산세율 인하 결의에 대해 재의를 요구하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설사 서울시가 입장을 바꿔 재의를 요청하더라도 오는 6월1일부터는 세금 부과작업에 들어가야 하는 만큼 물리적으로도 자치구의 재산세율 인하에 제동을 걸기에는 시간이 촉박해 사실상 불가능하다.
26일 서울시와 자치구 등에 따르면 시는 최근 강남ㆍ서초ㆍ강동구 등에 구청장이 자율적으로 판단해 재산세율 인하 조례안의 재의 요구 여부를 결정하라는 협조공문을 보냈다. 이는 강남구 등에 대해 재산세율 인하안을 재심의하도록 지시할 것을 요청한 행정자치부의 권고를 사실상 거부한 것이다.
이에 대해 행자부는 서울시를 다시 설득해본다는 입장이지만 시가 정부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뚜렷한 대응방안이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다음달 1일 부과되는 올해 재산세는 강남구 등 일부 자치구는 세율이 정부안보다 20~30% 낮아지는 반면 나머지 자치구는 정부안대로 부과될 수밖에 없어 심각한 과세 불균형 현상이 우려된다.
강남구 등의 인하안대로 재산세가 매겨지면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재산세가 오르지만 단독주택은 오히려 줄어들게 된다. 특히 강북 지역 자치구들이 과세 불균형에 반발할 경우 재산세 논쟁이 확산돼 사회문제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지금까지 정부의 재산세 인상 권고안에 대해 세율을 인하하기로 한 곳은 강남ㆍ서초ㆍ강동구로 강남구는 30%, 서초구와 강동구는 각각 20% 낮추기로 결정했다. 송파구도 의회 상임위에서 25% 인하안을 상정해 통과시켰으며 27일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반면 양천구는 구의회에서 정부안을 수용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행자부의 한 관계자는 “일부 자치구들의 지역이기주의가 계속되면 지방세법 등 세법 개정을 통해 자치단체의 권한을 대폭 축소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행 지방세법은 자치단체장이 조례개정을 통해 재산세율을 최대 50%까지 낮출 수 있도록 돼 있다.
정부와 여당(열린우리당)은 최근 당정협의에서 재산세율을 임의로 낮추는 자치단체에 대해 정부의 재정지원을 줄이고 재산세를 광역자치단체 세목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제도개선을 통해 지자체의 과도한 세율인하를 방지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자치단체들은 지방자치의 취지에 배치된다며 반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재산세 논쟁에 새로운 불씨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