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를 연 15% 주더라도 발행만 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은행에서는 대출회수 압력이 들어오는데 제2금융권에서도 자금을 구하기가 어려워 답답할 따름입니다.” (중견그룹의 한 자금담당 관계자) 은행권이 BIS비율을 맞추기 위해 무차별적으로 대출회수에 나서는 반면 신규대출을 거의 일으키지 않으면서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들조차 자금을 구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대통령이 연일 기업들에 대한 자금지원을 하도록 은행권을 독려하고 있지만 아직 시중 자금사정은 전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 10월 시중 자금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중기대출 증가액은 2조6,000억원으로 4월의 3분의1 수준에 그쳤다. 회사채 발행 등 직접금융을 통한 자금조달도 낙타가 바늘 구멍 통과하기만큼이나 어렵다. 한 증권사의 기업금융 담당자는 “신용등급이 BBB급 이상인 기업이라 하더라도 소문이 좋지 않을 경우 회사채 발행을 엄두도 낼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을 예상한 일부 대기업들을 8~9월 바짝 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A4대 그룹 계열사의 경우에도 회사채 발행을 하더라도 금리가 8%대로 지난달에 비해 1%포인트 이상 치솟은 상태다. 정부가 기준금리를 두차례에 걸쳐 1%포인트나 낮췄지만 회사채 발행 금리는 오히려 올라가고 있는 것이다. 건설업체들의 자금난은 이미 1997년 외환위기 때에 버금가고 있다. 대형 건설업체들조차 은행권이나 제2금융권에서 자금을 구할 수 없는 것은 물론 회사채 발행조차 되지 않아 저축은행 등에서 겨우 자금을 융통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3ㆍ4분기 영업이익이 수천억원에 달했지만 자금사정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며 “외환위기 때도 자금사정이 지금보다는 나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또 건설회사를 계열사로 거느린 그룹들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