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중국발 위기론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는 중국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올 들어 우리나라 총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19.2%(11월20일 현재)에 이르고 투자금액도 지난 10월 현재 16억달러에 달하고 있어 중국의 경제환경 변화가 한국기업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른바 ‘차이나 리스크’가 급부상하는 것은 중국정부가 4월 발표한 ‘긴축정책’의 후폭풍에다 중국시장에서의 경쟁이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기의 강도는 앞으로 점점 더 커질 것이 분명하다.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차이나 드림’을 지양하고 중국시장에 대한 보다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팔리지 않는다=
중국정부는 2000년 이후 매년 7.5~9.1%의 고도성장을 해오면서 과열된 경기를 진정시키기 위해 4월 강도 높은 긴축정책을 내놓았다. 이는 곧바로 건설경기 냉각과 소비금융 축소, 사치성 소비에 대한 규제로 이어져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품인 건설기계ㆍ엘리베이터ㆍ자동차ㆍ가전 판매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 내 굴삭기 판매대수는 긴축조치 이후 50% 정도 축소됐다. 대우종합기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정부의 긴축조치 이후 건설프로젝트에 대한 심의가 강화돼 건설경기가 하강곡선을 그리기 시작, 굴삭기 수요가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다”고 전했다.
건설경기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엘리베이터업계도 건설중장비업계와 마찬가지로 매출이 크게 줄어들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자동차 등 대다수 제품들이 판매부진을 겪고 있다.
◇이익률 격감 지속될 듯=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의 경우 중국의 내수가 가라앉기 시작하면서 가격인하를 포함한 공격적인 마케팅을 앞다퉈 펼치고 있다. 특히 진출 초기 공장설립 등 막대한 투자를 한 자동차업체들은 시장에서 탈락되는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근 중국의 차이나데일리는 중국 내 자동차회사들의 올 3ㆍ4분기 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6% 감소했다고 중국 국가통계국 관리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중국의 최대 포털사이트인 신아닷컴(sina.com)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10~11월 두달 동안 베이징현대차가 생산하는 엘란트라(국내 모델명 아반떼)의 경우 지난달에만 두차례에 걸쳐 소비자가격이 총 1만5,000위앤(약 225만원) 하락했고 둥펑위에다기아의 천리마(현대차 베르나 변형모델)는 1만6,000위앤(약 240만원)이나 떨어졌다. 베이징현대차의 지난해 영업이익률(매출액 대비 영업이익 비율)은 25%에 달했으나 올해는 크게 떨어질 전망이다.
◇투자실패 사례 급증=
수출입은행에 신고된 국내기업들의 중국 투자건수 및 투자금액ㆍ회수금액 등을 분석한 결과 10월 말 현재 대(對)중국 투자건수는 1,746건, 15억9,770만달러로 지난해와 비슷한 실적을 기록했지만 회수금액은 1억3,568만달러로 지난해 전체보다 훨씬 많이 발생했다. 지난해 국내기업들의 중국 투자건수는 1,666건, 투자금액은 14억8,976만달러에 달했고 투자실패로 날린 금액(회수금액)은 1억1,190만달러로 집계됐다.
중소기업의 경우 지난해 총 1,147건, 8억3,976만달러를 투자했고 이중 33건, 2,974만달러를 회수했다. 그러나 올해 10월 말 현재 910건, 9억6,576만달러를 투자했고 이중 22건, 4,137만달러를 회수했다. 투자금액 등은 지난해 전체와 비슷하지만 회수금액은 지난해보다 40% 가량 급증했다.
더 큰 문제는 대기업의 투자실패 규모도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대기업들은 지난해 44건, 5억5,558만달러를 중국에 투자하고 이중 9건의 투자실패로 8,185만달러를 날렸다. 그러나 올해는 10월까지 61건, 4억9,094만달러를 투자해 지난해와 비슷했지만 회수는 8건, 9,091만달러로 회수금액이 증가했다.
◇중국진출 전략 다시 짜야=
중국은 위기이자 기회의 땅이다. 한 예로 중국에서 아직까지 생산하지 못하는 자동차용 냉연철강이나 반도체의 경우 한국산 제품은 긴축조치 발표 이후에도 수출 증가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하지만 위기의 징후가 점점 더 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현오석 무역연구소장은 “우리나라와 중국의 기술격차는 업종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평균 2년 정도에 불과하다”며 “중국이 해외 선진업체로부터 지속적으로 기술이전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안심하고 있을 단계는 이미 넘어섰다”고 말했다.
현 소장은 그러나 “중국이 적어도 상하이 엑스포가 열리는 오는 2010년까지는 매년 5%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며 “중국이 쫓아올 수 없는 앞선 품질의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해낸다면 경제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시장에서 우리가 차지할 수 있는 파이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은 중국진출 전략을 보다 신중히 수립해야 하며 아울러 시장다변화 전략을 꾸준히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중국ㆍ미국ㆍ유럽에 치우쳐 있는 수출시장 이외에 중남미ㆍ인도ㆍ아프리카 등 새로운 시장개척을 위해 민관합동의 대책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