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병술년 첫 새벽 연 3人의 새해 포부

임지혜씨

이원일씨

이명우씨

"보안자격증 반드시 취득" (임지혜 KT 목동 IDC 대리)
“새해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구했으면 좋겠어요.” KT 목동 인터넷데이터센터(IDC)에 근무하는 임지혜(35)대리는 일에 대한 열정 만큼이나 따뜻한 마음씀씀이를 가졌다. 임 대리는 IDC에 설치된 포털업체와 대기업들의 서버 접속량이나 악성코드의 공격을 파악하고 고객사에 이를 알려줘 인터넷을 사용하는데 문제가 없도록 도와주는 일을 하고 있다. 그는 새해 첫 새벽을 사무실에서 맞는 것을 ‘축복’이라고 여긴다. “일터에서 맞는 새해 새벽 햇살의 상쾌함을 알 수 있는 선택된 사람”이란 게 그 이유다. 임 대리는 “태어난 지 일년 된 아이가 무척 보고 싶지만 이제 일상생활의 일부로 자리잡은 인터넷의 원활한 소통에 기여한다고 생각하면 뿌듯함을 느낀다”며 활짝 웃었다. 임 대리의 병술년 새해 소망은 ‘효도’다. 그는 “비교적 늦게 결혼한 탓에 부모님의 걱정이 많았는데 돌아가신 아버지께 못다한 정성만큼 어머니에게 잘해드리고 싶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임 대리는 “고객들의 요청에 보다 원활히 대응할 수 있도록 보안자격증을 취득하고, 관련분야에 대해 전문지식을 넓힐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새해를 맞는 다짐을 밝혔다. "소방위 승진시험 꼭 합격" (이명우 성동소방서 부소장)
"시민들이 즐기는 새해 해맞이 행사도 우리에겐 '비상대기' 상황입니다." 남들이 편히 쉬는 신년 벽두부터 이명우(51) 서울 성동소방서 부소장은 '비상근무'에 들어갔다. "지질이 복도 없다"는 말이 나올 법도 한데 이 부소장의 말 속에는 오히려 활력이 넘쳤다. "소방관으로서 지난 한해는 큰 사고가 없었던 뜻 깊은 해였습니다. 소방관 식구들 사이에서 '2006년 새해도 지난해만 같았으면'하는 기대가 큽니다." 이 부소장이 관할하는 성동구와 광진구 지역은 지난해 화재 건수가 전년보다 크게 줄었다. 그는 "이곳은 특히 성수동에 중소형 공장들이 밀집해 있어 화재가 발생할 경우 대형사고로 번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다행히 시민들의 높아진 안전의식 때문에 큰 사고가 없었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하지만 이 같은 '평온'의 뒷편에는 늘 동분서주하는 소방관들의 예방활동이 있었다. 사실 신문에 실릴 자신의 모습을 찍는 과정에서 이 부소장은 상당히 애를 먹었다. 활짝 웃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웃는 표정이 잘 만들어지지 않았던 것. 비상대기와 현장출동의 긴장과 압박감이 가져온 달갑지 않은 선물이다. 이 부소장은 그러나 대뜸 "큰딸 녀석도 새해에 소방관 시험에 도전할 계획"이라며 "아버지가 어렵고 힘든 길을 묵묵히 걸어왔다는 점을 딸이 알아주는 것 같아 고마울 따름"이라고 흐뭇해했다. . 이 부소장 역시 개인적으로 새해에 '거사'를 앞두고 있다. 바로 '소방위' 승진시험이다. 그는 "늘 바쁜 업무 때문에 수 년간 차일피일 미뤄왔던 시험인 만큼 올해 꼭 승부를 걸고 합격하겠다"며 힘차게 의지를 다졌다. "큰딸 일자리 구했으면…" (이원일 KTX 기장)
2006년 1월 1일 오전 6시 서울발 부산행 새해 첫 출발 KTX에 올라탄 이원일(48ㆍ사진) 기장. 열차 운전 경력 24년의 베테랑 기관사인 이 기장은 "디젤 전기 기관차를 운전하던 때나 지금이나 명절날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면 항상 코끝이 찡해진다"고 말했다. 운전석에 앉아 내부 시스템을 점검하는 이 기장에게 새해 소망을 묻자 '안전'이라며 웃었다. "첨단 고속철이라 운전하기가 쉬울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예전보다 운행 시간은 줄었지만 부기장 없이 혼자서 운행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더 긴장하게 되죠." 그래도 긴장감이 커진 만큼 보람도 함께 커졌다는 게 이 기장의 말이다. "또 새해엔 열차 고객이 더 많아졌으면 합니다. 그래야 우리 회사(철도공사)가 빨리 제 자리를 잡게 되고 직원들도 보다 편한 마음으로 일할 수 있게 되지 않겠습니까." 다소 '사무적인' 답변 같지만 20년을 넘게 열차를 운행하다 보니 '고객들을 잘 모시는 게 결국 내가 잘 되는 길'이라는 걸 스스로 깨닫게 되었단다. 차창 밖으로 오가는 승객들을 바라보는 이 기장의 눈에서 '뿌듯함'이 엿보인다. 이 기장의 또 다른 새해 소망은 큰 딸의 취업. 취업 전쟁을 치르고 있는 자식을 둔 아버지라면 누구나 품을 수 밖에 없는 소망이다. 이 기장은 "어릴 때부터 집 근처 서울역에서 놀면서 기관사의 꿈을 키웠고 그리고 지금 이렇게 운전석에 앉아 있다"며 "딸 뿐만 아니라 다른 젊은이들이 모두 새해엔 원하는 곳에 앉아 일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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