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조원에 달하는 연기금의 전면적인 주식투자 허용을 골자로 하는 ‘기금관리기본법 개정안’을 놓고 여야가 또다시 격돌하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이 정부의 개입을 이유로 강력히 반대하고 나서는 바람에 국회 운영위원회가 파행을 거듭하는 등 법안 처리가 수개월째 지연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내부적으로 단독 처리를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은 정부안에 맞서 새로운 법안을 내놓고 맞불공세에 들어가는 등 좀처럼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남경필 한나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21일 “여당이 지난 20일 운영위 소위를 단독 소집하고 기금관리기본법을 강행 처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면서 “야당의원들이 모두 퇴장한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처리할 경우 날치기로 규정하고 이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력히 성토했다.
이에 대해 이종걸 열린우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한나라당이 기금관리법을 논의하다가 갑자기 새로운 법안을 제출하는 등 법안 처리를 의도적으로 지연시키려는 것 같다”며 “법리에도 맞지 않고 비현실적인 내용을 제기해서 법안 처리를 힘들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태희 한나라당 대변인은 “연기금의 운용과정에서 정부가 개입하지 않고 독립적인 운용이 보장되지 않는 한 법안 처리는 안될 것”이라고 못박았다.
여야가 현재 시각차이를 보이고 있는 현안은 크게 3가지다. 먼저 연기금 보유주식의 의결권에 대해 정부와 여당은 원칙적으로 의결권을 허용하되 경영권 간섭을 목적으로 할 때만 제한하자는 입장인 반면 한나라당은 연기금을 통한 민간기업 지배를 방지하기 위해 의결권 자체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우리당은 연기금의 사모펀드 투자를 허용해 자본시장을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한나라당은 국민연금이 별도로 투자전문회사를 설립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