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의 부실로 인한 신용위기 가능성이 줄곧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총외채에서 단기외채가 차지하는 비중이 외환위기가 초래됐던 1997년 말 수준을 넘어섬으로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져가고 있다. 쌍둥이 위기의 조짐이 아닌지 면밀한 검토와 함께 대비책이 강구돼야 할 것 같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9월말 현재 총외채는 전달보다 6억달러 늘어난 1,298억달러이고 이중 만기 1년 이내인 단기채가 529억달러, 40.8%로 나타났는데 이 같은 단기채 비중은 97년말 보다 0.9%포인트 높은 수치다. 우리나라의 외환보유고가 1,100억달러를 넘는다지만 외환보유고 대비 단기채 비율도 전달의 44.2%에서 45.3%로 증가하는 등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추세다. 이처럼 단기외채가 급증하고 있는 것은 시중은행의 엔화차입 급증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은행들은 이자율 0%의 일본 엔화를 들여와 3.5%의 금리로 빌려주고 있다. 그 결과 작년말 5,000만 달러수준에 불과하던 기업에 대한 은행의 엔화 대출금이 지난 9월말 현재 26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엔화차입은 금리차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엔ㆍ원 또는 엔ㆍ달러 환율의 변동에 따라 금리차 이상의 손실을 볼 수도 있다. 헤지기법이 별로 없는 기업들이 싼 이자 맛에 엔화를 차입했다가 환차손을 입는 경우가 흔히 발생하고 있다. 많은 엔화차입 기업들이 환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정부는 단기채 비중의 위험선은 60%로서 아직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밝히고 있다.또 우리나라는 대외채권이 대외채무보다 460억달러가 많아 순채권국의 지위에 있다고 안이하게 생각하는 듯하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를 맞은 것은 단기외자를 회임기간이 긴 시설자금 등으로 썼다가 일시에 상환이 몰렸던 게 화근이 되었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단기외채가 계속 늘어날 경우 단기자금의 용도를 수입결재, 외채상환, 운전자금으로 만 제한하는 방안을 강구키로 한 것은 적절한 조치다. 그러나 자금의 용도는 장부조작을 통해 얼마든지 감출 수 있는 것이므로 보다 입체적인 대비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단기외채보다 더 심각한 것은 가계대출의 부실이다. 세계적인 컨설팅회사인 매킨지는 한국의 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대출 비중이 70%를 넘어 위험수위에 도달했다고 경고했다. 국내은행의 가계대출 급증은 최근 2~3년 사이 은행간의 과열경쟁에서 비롯된 것이다. 선진국의 가계대출은 정확한 신용평가를 기반으로 오랜 기간에 걸쳐 이뤄진 것이다.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방치해선 안 된다. 가계부실과 단기외채는 더 이상 불행의 싹으로 자라기 전에 바로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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