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이건희 前회장 항소심도 집유 선고

침체 분위기 쇄신 적극 나설듯<br>연말 임원인사·조직개편 통해 '뉴삼성' 탄력<br>내달 사옥 이전계기로 위기타개도 모색할듯

10일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에 대한 항소심에서 집행유예 선고가 나옴에 따라 앞으로 삼성이 경영체제 정비와 그룹 내 분위기 쇄신에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올 초 특검 정국이 시작된 후부터 삼성은 사실상 ‘납작 엎드린’ 상태였다. 급변하는 대내외 경영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한 채 이 전 회장의 판결 결과만 지켜보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항소심 판결이 당초 예상보다 나쁘지 않게 나온 만큼 삼성으로서는 조직 분위기를 바꾸고 새로운 삼성시대를 열어갈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우선 사장단협의회 중심의 신(新)경영체제에 변화가 올지 주목된다. 삼성의 한 고위 관계자는 “솔직히 새 체제에서 대규모 투자 등이 원활하게 이뤄진다고는 말하기 힘들다”며 그간의 고충을 토로한 뒤 “앞으로 그룹이 (경영체제에 대해) 뭔가 답을 찾는 과정을 거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삼성 안팎에서는 이렇다 할 의사결정을 내린 적이 없는 사장단협의회와 전략기획실 해체 이후 새로 만들어진 브랜드관리위원회 및 투자조정회의의 체제와 운영방식에 어떤 형식이든 변화가 오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일부에서는 그룹 전체를 조율했던 전략기획실을 대신할 실질적인 조직이 꾸려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삼성은 이와 함께 오는 12월 대규모 임원 인사 및 일부 조직개편을 통해 분위기 쇄신에 나선다. 그동안 2심 선고 때문에 해외출장도 취소한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의 행보도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11월로 예정된 서초동 사옥 이전을 계기로 침체됐던 그룹 분위기를 되살리고 미국 금융위기 등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체제 구축에도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삼성 측은 이 전 회장 재판 결과에 대해 공식적인 반응은 자제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이 전 회장이 회장직을 내놓은 상태에서 자연인으로 재판을 받는 상황이기 때문에 결과에 대해 공식 언급을 할 입장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 내부에서는 안도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한 임원은 “이 전 회장은 그래도 삼성의 대표적 인물이자 정신적인 지주 아니냐”며 “1심 재판 때와 비슷하게 나온 점에 대해서는 반길 만하다”고 말했다. 이날 판결로 태평로 삼성 본관에는 활기찬 분위기가 곳곳에서 흘러나왔다. 1년 가까이 삼성을 옥죄어온 특검 수렁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다만 특검의 항고 여부와 혹 있을지 모를 3심도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한 모습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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