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4월 30일] 진화하는 바이러스

인간이 진화의 최고 산물이라지만 오랜 세월을 두고 보면 단세포 생물인 세균이나 바이러스도 끊임없이 진화해왔다. 그리고 바이러스로서는 번식을 위한 최대의 진화가 공기를 통한 전염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살모넬라균 같은 소극적인 세균은 이미 감염된 달걀 등을 먹었을 때 사람에게 전달되지만 말라리아나 페스트 등은 모기나 벼룩 등을 매개로 사람에게 옮긴다. 그러나 가장 적극적인 인플루엔자는 환자에게 기침이나 재채기를 유도하고 콜레라는 심한 설사를 동반해 다음 피해자를 찾아 나선다. SI 출현·전파경로 오리무중
사람은 상당 부분 동물로부터 질병을 얻었으며 진화하는 바이러스에도 단계가 있다. 첫 단계는 브루셀라병처럼 가축 등으로부터 전염되고 다음 단계에서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직접 옮기는 전염병이 된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에서는 사람에게만 국한된 전염병이 된다. 예컨대 홍역 바이러스는 소의 우역(牛疫) 바이러스로부터 진화된 것으로 보이지만 인간은 우역에 걸리지 않고 소는 홍역에 걸리지 않는다. 홍역 바이러스는 이미 인간에게만 적합하도록 진화한 것이다. 주로 돼지와 오리에게서 옮겨온 인플루엔자가 근원적으로 치료하기 힘든 질병인 것은 스스로 항원을 변화시켜 과거에 생성된 면역성을 무용지물로 만들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야생 원숭이가 지녔던 바이러스에서 진화한 것으로 보이는 후천성 면역결핍증 (AIDS)도 환자의 몸속에서 계속 새로운 항원을 만들어 환자의 면역체계를 완전히 무력화시킨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멕시코의 돼지 인플루엔자(SIㆍSwine Influenza) 확산과 관련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SI는 이미 지난 1976년 미국 뉴저지에서 200명 이상이 감염돼 1명을 사망시킨 경력이 있는 질병이지만 이번처럼 집단사망으로 이어진 적이 없기 때문에 충격이 그만큼 크다. 특히 전세계에 퍼져 우리나라에서도 감염추정 환자가 발생한 SI는 몇 가지 점에서 과거와 다른 측면이 있다. 몇 년 전 중국과 동남아시아를 휩쓴 조류 인플루엔자(AI)와 비교할 때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AI는 공식적으로 인간과 인간 사이에 감염이 확인된 적이 없는 반면 SI는 감염보고가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의 SI 바이러스는 기존 SI에 AI와 사람 인플루엔자가 합쳐지는 과정에서 유전체 변형이 일어난 까닭에 사람 사이에서도 쉽게 전파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SI는 AI와는 달리 잠복기간 중에도 전염될 수 있어 완전한 차단이 어려운 실정이다. 더욱 난감한 것은 1918년 수천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스페인 독감과 같은 H1N1형에서 유전체가 변형된 신종 SI 바이러스가 돼지에서 변이를 거쳐 나타난 것인지 아니면 조류에서 돼지를 거쳐 인간으로 전염된 것이지 아직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출현과 전파경로가 오리무중인 셈이다. 가축을 밀집해 키울 때 성장촉진을 위한 지나친 항생제의 사용이 내성을 키운 바이러스를 인간에게 가져다 준 것이라는 반성도 나온다. 무엇보다 AI 치료제인 타미플루 등 인플루엔자 항바이러스제가 효과를 내지 못하는 또 다른 변종이 연이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우려되는 점이다. 글로벌 공조 예방백신 개발해야
의학사상 가장 위대한 발명은 하수도의 출현이라고 한다. 그 어떤 의약품보다 하수도의 폭넓은 보급이 콜레라 등 수인성 전염병의 퇴치에 효과적이었기 때문이다. 아직 인간이 면역성을 갖고 있는지도 잘 모르고 예방백신도 없지만 SI에 대한 예방책도 크게 다르지 않다. 철저한 위생관리와 방역 당국의 발 빠른 감시체계 가동만이 인플루엔자 대유행(Pandemic)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계속 진화하는 인수(人獸) 공통의 인플루엔자에 대한 국제적 연구와 협력을 강화하고 이번 사태의 장기화에 대비한 예방백신의 개발도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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