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나이로비 쇼핑몰 무장테러…39명 사망·150여명 부상

소말리아 이슬람 반군 “우리 소행”…인질과 계속 대치중<br>한국인 다수 극적 탈출…캐나다 외교관 등 외국인 사망자도

주말을 맞아 나들이객으로 북적이는 케냐 수도 나이로비의 대형 쇼핑몰에서 21일(현지시간) 무장괴한들이 테러 공격을 가해 최소 39명이 숨지고 150여명이 부상했다.

사건 발생 12시간 가량이 지난 현재까지 케냐 군경이 쇼핑몰 내부에서 괴한들과 대치 중인 가운데 최소 수십명의 민간인이 인질로 잡혀 있어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


사망자 중에는 캐나다 외교관을 포함 외국인도 다수 포함됐다. 이번 사상자 규모는 지난 1998년 알카에다가 나이로비 주재 미국 대사관에 폭탄 공격을 가해 200여 명이 사망한 이래 최대가 될 것으로 외신들은 내다봤다.

◇ 주말 한낮 쇼핑몰서 무차별 테러 공격…인질극 계속

케냐 정부의 발표와 목격자 증언 등에 따르면 이날 정오께 나이로비 웨스트랜드 지역에 있는 웨스트게이트 쇼핑몰에 무장괴한 10여명이 들이닥쳐 총기를 난사하고 수류탄을 던졌다.

당시 쇼핑몰 안에서는 주말을 맞아 어린이들을 위한 기념 이벤트가 열리고 있었으며 방문객들이 쇼핑을 하거나 식당에서 평화롭게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고 BBC방송은 전했다.

목격자들은 AK-소총과 수류탄 등으로 무장하고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이들 괴한이 쇼핑몰에 들이닥친 뒤 무슬림에겐 살려주겠으니 밖으로 나가라고 명령했다고 전했다.

‘제이’라는 이름의 목격자는 괴한들이 아랍어나 소말리아어로 보이는 외국어를 쓰고 있었으며, 손님 다수를 처형하듯 사살했다고 말했다.

괴한 중에는 여성도 최소 한 명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테러 직후 현장에 출동한 케냐 군경은 총격 끝에 해당 쇼핑몰을 장악하고 괴한들을 1층의 한 대형 슈퍼마켓 안으로 몰아넣지만, 민간인 수십 명을 인질로 잡고 있어 진압이 지연되는 상황이다.

정확한 인질 규모는 파악되지 않은 가운데 CNN은 최소 36명이 잡혀 있다고 보도했다.

AFP는 현장에 파견된 경찰 관계자를 인용, 진압 작전이 진행 중이며 인질 5명이 구출됐다고 전했다.

케냐 정부는 쇼핑몰로 향하는 주변 도로를 봉쇄하고 감시용 헬리콥터를 동원해 진압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후루 케냐타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연설에서 자신도 이번 테러로 친지를 잃었다고 밝히며 “과거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을 물리쳤고 이제 다시 그들을 패배시킬 것”이라고 다짐했다.

◇ 외국인 피해자 다수…16세 한인 소녀도 극적 탈출

경찰은 지금까지 괴한 1명과 경찰 2명을 포함해 총 39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했다. 사망자 중에는 어린아이도 다수 포함됐다.

당국은 공식 부상자 규모를 150명으로 발표했으나 CNN 등 일부 외신은 병원으로 이송된 부상자가 293명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부상자들은 인근 아가칸 대학병원과 나이로비 종합병원 등 세 곳에서 치료 중이며 다수가 수혈이 시급한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웨스트랜드 지역에는 우리 교민이 많이 거주하고 주케냐 대한민국대사관도 있어 애초 한국인 피해가 우려됐지만, 현재까지 한국인 사상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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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한국인 피해자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16세 소녀가 현장에 4시간가량 갇혀 있다가 가까스로 탈출하는 등 다수 한인이 현장에서 도망쳐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나이로비에서 외국인학교에 재학 중인 한인 학생 L양(16)은 이날 친구 생일을 맞아 쇼핑몰을 찾았다가 테러 발생 직후 친구 가족과 함께 2층 영화관의 영사실로 몸을 숨긴 끝에 가까스로 탈출했다.

L양은 영사실에서 빛이 새어나가지 못하게 모든 창문을 밀봉하고 숨어 있었으며, 밖에서 문자메시지를 통해 어머니가 전해 주는 상황을 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때마침 쇼핑몰로 들어오던 L양의 케냐인 친구와 그 아버지는 범인들이 쏜 총에 맞아 병원으로 실려갔다.

L양은 "범인들을 피해 숨어 있었던 4시간이 현실같지 않아 아무 감정이 일지 않았지만 엄마가 전화를 걸어왔을 때 비로소 눈물이 쏟아졌다"고 말했다.

◇ 캐나다 외교관 등 외국인 사망자도 다수

케냐 당국은 언론에 희생자들의 정확한 신원을 밝히지는 않고 있지만, 외국인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와 캐나다 정부는 각각 이번 사건으로 자국민 2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캐나다인 사망자 중에는 외교관 1명도 포함됐다.

나이로비의 한 영안실 관계자는 AP통신에 “도착한 시신들은 주로 아프리카, 아시아인, 그리고 백인들”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영국도 복수의 자국민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성명에서 "무고한 시민에 대한 '비열한 테러 공격'을 가장 강력한 단어로 규탄하고 유족들에 애도를 표한다"면서 케냐 정부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한편, 테러가 발생한 쇼핑몰에는 유대인이 운영하는 상점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애초 이스라엘을 겨냥한 무슬림 테러가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지만 이스라엘 외교부는 가능성을 부인했다.

◇ 알샤바브 “쇼핑몰 공격 우리 소행”

알카에다와 연계된 소말리아 이슬람 반군단체 알샤바브는 이번 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단체는 이날 오후 트위터를 통해 케냐가 소말리아에 병력을 파병한 데 대한 보복으로 이번 공격을 자행했다고 밝히면서 “오랫동안 우리는 우리 땅에 들어온 케냐군과 전쟁을 벌여왔고, 이제는 그들의 땅으로 전쟁터를 옮길 때”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모든 무슬림은 공격 전에 쇼핑몰 밖으로 인도했다며 이번 테러가 비 무슬림을 겨냥한 것임을 공개 인정했다.

이어진 트윗에서는 “케냐 정부가 쇼핑몰 안에 있는 우리 전사들을 상대로 협상을 애원하고 있지만, 그 어떤 경우에도 협상은 없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앞서 2011년 말 알샤바브는 케냐가 자신들을 소탕하기 위해 소말리아에 병력을 파병한 데 대한 보복으로 나이로비를 대규모 공격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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