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흔들리는 국민 건강

보건복지부가 추진하고 있는 의료법 개정안을 놓고 의료계가 연일 술렁이고 있다. 사안에 따라 의료단체간 갈등도 적지않고 대규모 궐기대회에 자해소동까지 벌어지는 등 지난 2000년 의약분업 사태 이후 7년 만에 의료계 갈등이 최고조로 증폭되는 양상이다. 복지부는 지난해 8월 의료법 개정안 마련을 위해 태스크포스를 마련한 후 10여차례 의료단체ㆍ시민단체 등과 논의를 진행했다. 5개월여 만의 협의과정을 거친 복지부는 5일 국민의 건강증진과 의료선택권을 넓히자는 차원에서 양ㆍ한방 공동개원, 프리랜서 의사 허용 등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한다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공식 발표했다. 이번 개정안은 73년 이후 34년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지는 만큼 의료단체들의 관심과 이해관계가 상당할 수밖에 없다. 의사협회 등 의사단체들은 개정안에 ‘표준의료지침’이라는 표현과 의사기능에 ‘투약’이라는 부문을 제외한 데 대해 분노하고 있다. 의사협회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의료행위의 중심은 의사”라며 “의사의 권위와 기능을 축소하려는 정부안은 결국 환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반해 약사ㆍ한의사ㆍ치과의사 등은 사안에 따라 때로는 의사단체와 이견을 보이거나 정부안을 용인하는 등 이른바 ‘전선(戰線)’이 시간이 지나면서 복잡해지고 있다. 복지부 개정안에 신규 삽입된 ‘간호진단’이라는 표현은 간호사-의사간 명분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치열하다. 일부 의사들은 “간호진단이라는 단어를 굳이 쓰고 싶은 간호사들은 공부를 더해 의사가 되면 되는 게 아니냐”라는 극단적인 표현까지 사용하고 있다. 간호사들은 야간 당직근무 등에서 사실상 기초적인 진단업무를 하는 만큼 ‘진단’ 용어를 사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상황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편하지 않다. 의약분업 당시 벌어졌던 장기간 진료거부, 수시로 병원 노사문제로 벌어지는 파업들로 인해 국민들이 겪었던 고통이 다시 되풀이돼서는 안될 것이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담보로 정부와 의료계가 극한대결을 벌일 경우 자승자박이 될 것이다. 의약분업 이후 의사들을 바라보는 따가운 눈총이 느껴지지 않는가. 간만에 ‘보건’ 기능을 강조하고 나선 복지부도 수십년 만의 의료법 개정을 불과 5개월여 만에 무리하게 해치우는 데 급급하지 않기를 기대한다. 그들만의 명분보다는 국민의 건강이 우선인 것은 자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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