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바람직한 고용조정

기업을 중심으로 구조조정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기업 구조조정은 회사가 지속적으로 생존, 성장할 수 있도록 경영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 「새로운 틀」을 짜는 작업이다.따라서 구조조정은 새로운 기업문화 도입과 획기적인 내부변화를 통해 경쟁력을 제고하고 기업의 내재가치를 극대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런데 구조조정의 목표를 고용조정에 두고 있는 기업도 있는 듯하다. 물론 필요한 인력만 남기는 것이 구조조정의 내재화를 위한 중요한 작업이기는 하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는 기업 도산, 생산규모 축소 등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로 실업대란이 일고 있다. 일자리를 지키고 있는 직장인들도 언제 내몰릴지 모르는 위기상황에서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같은 고용불안은 생산성 저하로 이어지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정부에서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밀려나온 유휴인력을 흡수하는 고용창출 작업을 서두르고 있지만 각계각층에서 쏟아져나오는 실직자들을 수용하는 게 순조로울 리가 없다. 구조조정을 통해 우리 경제는 점차 회복국면으로 접어들겠지만 고용불안은 가시적으로 사회의 불안과 가정의 붕괴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감축이 아니라 활용의 방향으로 인력 구조조정이 이뤄지도록 심도있는 대응이 요구되는 때다. 필자가 일하고 있는 남해화학은 지금 자연감소분 외의 인력감축을 최대한 억제하는 고용안정, 책임과 권한을 함께 지는 자율경영을 전제로 한 강력한 구조조정 작업을 벌이고 있다. 내수 비료제품 우선의 경영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정밀화학 제품을 집중 육성시키는 쪽으로 사업부문을 재구성하고 비료의 생산 시스템도 소품종 다량체제에서 다품종 소량체제로 전환해가고 있으며 원자재 구매·수출·연구개발 분야 등에서도 기존의 인력을 최대한으로 가동하는 적극적인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같은 구조조정은 올 상반기 경영실적으로 결실을 거둬 창사 이래 가장 큰 흑자를 기록했다. 고용안정으로 생산성을 배가한 것이다. 물론 인력감축에서 자유로운 기업은 없겠지만, 이럴 때일수록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껴안으며 고난과 역경을 함께 극복해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하겠다. 사람을 중시하는 기업은 반드시 번성한다는 금언이 경제질서가 송두리째 재편되고 있는 오늘에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입증해 보이는 기업이 더 많이 나타나기를 기대한다. 이 땅의 고개숙인 남자들을 구제할 사람은 우리들 자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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