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12월 9일] 은행 시스템 안정돼야 자금난 풀린다

은행들의 건전성 높이기에 비상이 걸리면서 자금시장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특히 대형 은행들이 최근까지 후순위채를 연이어 내놓은데다 지난주에는 은행채 등을 대거 발행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취약한 카드사나 저축은행 등의 연말 자금난이 가속화하고 있다. 더욱이 금융감독원은 8일 시중은행들에 기본자기자본(Tier 1) 비율을 선진국 수준인 9%대로 높이라고 주문했다. 내년에 경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예상에 따라 선제적 조치를 내린 것이다. 그동안 보완자본(Tier 2)에 해당하는 후순위채 등을 발행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높여온 은행들은 이제 유상증자나 지주회사의 은행 출자, 배당축소를 통한 당기순이익의 자본금 전입 등에 나서야 할 입장에 처했다. 하지만 지분이 지나치게 분산돼 있어 유상증자 등을 통한 자본확충이 쉽지 않은 실정이며 올해처럼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에서는 배당축소에도 한계가 있는 만큼 마땅한 자금확충 방안이 없는 시중은행들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문제는 정부가 연내 은행의 자본금 문제를 해결해주겠다고 공언했으나 공적자금 투입에 법률적 제한이 많고 은행들도 10년 전 외환위기 당시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해 선뜻 나서지 않는다는 데 있다. 무엇보다 외환위기 극복과정에서 공적자금의 유용을 막기 위해 엄격한 규정을 정한 것이 선제적 대응에 도리어 걸림돌이 되고 있다. 법을 개정해서라도 정부가 국책은행 등을 통한 우회지원 방식에서 벗어나 미국처럼 직접 은행권 자본확충에 참여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현재처럼 건전성이 악화된 데는 은행 스스로의 책임이 크지만 시중금리를 낮추고 기업들의 자금난을 해소하려면 우선 은행권 시스템이 안정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책임은 이후에 물어도 늦지 않다. 현단계에서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때 유상증자 등 자구노력에 초점을 맞추고 지배구조도 한시적으로 현상태를 유지하게 해줘야 한다. 은행 시스템 안정을 위해 긴급자금 수혈을 계속하고 있는 미국, 은행의 프리 워크아웃에 나선 일본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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