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가격 폭등과 신용 버블 등으로 우리나라의 지하경제 규모가 해마다 늘어나 최대 250조원에 달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같은 지하경제 규모를 줄이려면 세금인하, 규제완화, 정부지출 감소 등을 통해 정상적인 경제활동 영역으로 자금을 끌어들이는 근본적인 정책을 펴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7일 ‘국내 지하경제 추이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지난 2006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지하경제의 비중이 30%로 250조원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상의는 전태영 경상대 경영학과 교수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추정한 결과 GDP 대비 우리나라의 지하경제 비중은 2000년 27.5%에서 2002년 28.1%, 2003년 28.8%를 거쳐 2006년에는 30%까지 늘어났다고 밝혔다. 상의의 한 관계자는 “경제성장률 대비 통화수요량 증감을 비교하는 통화수요 접근방식과 현금통화량, 세금, 정부규제, 경제활동인구에 대한 태도 등 다양한 조건을 통한 모형접근 방식을 함께 적용해 지하경제 규모를 산출했다”고 설명했다. 상의는 GDP 성장률과 일치하지 않는 현금 통화량을 우선적으로 따지고 여기에 다양한 변수를 감안해 지하경제 규모를 산출해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에서는 국내 지하경제 비중이 해마다 늘어난 것은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벤처 및 주식 버블, 신용 버블, 부동산 버블 등으로 불어난 자금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종합부동산세ㆍ양도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 인상이 부동산 거래를 위축시키고 관련산업 종사자의 실업을 유발해 궁극적으로 경기침체와 지하경제를 증식시키는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주장이다. 또 규제의 증가 역시 지하경제를 확대하고 성장을 저해하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상의는 세제개편ㆍ규제완화 등과 함께 ‘작은 정부’를 통해 민간의 역할을 확대하고 행정 투명성 강화, 권한의 민간 이양, 청렴도 강화 등으로 부패를 줄이는 일도 지하경제 축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고서에서는 세금을 부담하지 않는 지하경제의 급속한 증가는 정부의 조세수입 감소와 공공재의 품질저하로 이어지며 세수보충을 위한 세금인상이라는 악순환을 초래할 뿐이라면서 새 정부의 과감한 정책변화를 촉구했다. 보고서에서는 “그리스의 경우 직접세 유효세율을 5% 인상한 결과 지하경제 규모가 3.25% 늘어났으며 반대로 세율을 5% 낮추자 지하경제는 2.49% 줄어들었다”며 세제개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상의 관계자는 “지하경제는 세수기반 약화와 경제성장 둔화뿐 아니라 소득ㆍ실업률 등의 경제지표를 왜곡시켜 잘못된 정책을 입안하게 하는 원인이 된다”며 “지하경제 규모를 선진국 수준인 10%대로 축소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