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유전자를 분석해 체질에 맞게 약을 처방하는 맞춤 약물치료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42개 국내 대학ㆍ연구소ㆍ벤처기업이 참여하는 약물유전체연구사업단(단장 신상구서울의대 임상시험센터소장ㆍ사진)은 지난 11일 개소식을 갖고 맞춤 약물치료기술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
사업단의 1차 목표는 한국인의 약물이상반응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를 찾아내고 적합한 약물ㆍ용량을 처방할 수 있도록 맞춤 약물치료법을 개발하는 것. 사업단은 보건복지부에서 매년 27억여원의 연구비 등을 9년 동안 지원받게 된다.
신상구 단장은 “좋은 신약도 체질에 따라 30∼40%는 만족스러운 효과를 보지 못한다.따라서 신약 개발도 중요하지만 기존에 사용하는 약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맞춤약물요법이란= 같은 우울증치료제나 아스피린 등을 복용하더라도 어떤 사람은 금방 효과가 나타나는 반면 어떤 사람은 전혀 효과가 없다. 약물의 개인차이는 평균 3∼5배로 알려져 있다. 이는 약을 많게는 5배 정도 더 복용해야 똑같은 약효를 발휘하는 사람도 있다는 얘기다.
특히 약을 먹고 간세포가 파괴되고 천식이 생기는 등 부작용으로 고생하거나 사망하는 사람도 있다. 미국의 경우 심각한 약물부작용이 매년 220만건 발생하고 이 중 10만여명이 사망한다.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전체 처방의약품 비용과 맞먹는 연간 약 90조원에 이른다.
이러한 차이가 나타나는 이유는 크게 4 종류의 단백질 때문. 즉 몸에 들어온 약물을 간에서 대사시키는 데 관여하는 효소, 약물을 흡수ㆍ배설시키는 데 관여하는 약물수송단백질, 약물의 작용과 관련된 세포의 약물수용체 및 세포내 신호전달체 등이다.
최근 이들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가 속속 밝혀지면서 어떤 유전자에 변이가 생길 경우 특정 약물에 치명적인 이상반응을 일으키는 지를 알아낼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 같은 정보가 쌓여가면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는 약과 적정용량을 선택할 수 있고 엄청난 돈과 인력ㆍ시간을 쏟아부은 신약 등이 임상시험 과정에서 부작용으로 탈락하는 사태도 줄일 수 있다. 유전자칩을 이용해 피 한 방울로 다양한 변이유전자를 검색한 뒤 환자에게 맞춤 약을 처방할 수 있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오는 2010년께 맞춤약물요법이 실용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추진체계= 본부는 소염진통제 `아스피린`을 먹고 부작용으로 천식이 유발되는 사람 등을 대상으로 어떤 유전자에 변이가 생겼을 때 약물이상반응이 나타나는지 등을 연구한다. 서울대ㆍ아주대ㆍ을지대ㆍ단국대ㆍ경희대ㆍ이화여대ㆍ형사정책연구원 등이 팀을 이뤄 유전자변이군에 적절한 약물과 용량도 탐색한다. 연구결과를 데이터베이스화 해서 유전자칩도 개발할 계획이다.
약물동태관련 유전체연구센터는 약물대사ㆍ약물수송단백과 관련된 유전자의 변이 여부를 알아내 진단 및 실용화기술을 개발한다. 약물대사 관련 연구는 인제대ㆍ성균관대ㆍ조선대ㆍ중앙대 등이, 약물수송단백 관련 연구는 연세대ㆍ인하대ㆍ인제대 등이 참여하고 있다.
약물효능군별 유전체연구센터는 우선 호흡기계ㆍ정신작용 약물치료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와 그 변이가 미치는 영향을 규명, 맞춤치료기술을 개발하고 신약 개발에 필수적인 타겟(약물작용점)을 발굴하게 된다. 고려대ㆍ서울대ㆍ가톨릭대ㆍ울산대ㆍ세종대 등이 참여해 천식ㆍ우울증 치료제 등을 1차 대상으로 하고 향후 항암제 등으로 영역을 넓혀 나갈 계획이다.
<임웅재기자 jael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