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지상파방송에서 ‘강남엄마 따라잡기’라는 드라마를 방영했다. 자식 교육을 위해 강남으로 이사를 한 민주는 생활이 넉넉지 않아 방 하나를 세 냈는데 그곳에 우연히 아이의 담임교사 상원이 입주하게 된다. 물론 서로가 누구인지는 나중에 알게 된다.
이후 동거사실이 다른 사람들에게 밝혀졌을 때도 상원은 자신이 단지 하숙생에 불과하다며 떳떳함을 주장하지만 다른 학부모들의 의혹어린 시선은 피할 수 없었다. 그들의 순수함과는 별개로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의 생활과 성적을 공정하게 관리감독하고 지도해야 할 담임교사의 거주공간으로 특정 학생의 집은 적절치 못했기 때문이다.
최근 언론 보도에 의하면 모 통신회사 사장 집에서 전세를 살던 현직 정보통신부 유영환 장관이 부적절한 셋방살이를 청산하기로 했다고 한다. 전세 문제에 대해 유 장관이 밝혔듯 거래 내용도 깨끗하고 계약 당시 누구의 집이었는지 몰랐다는 것을 믿어주더라도 공직자로서의 업무와 관계된 회사 사장의 집에 살고 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어 장관 스스로도 많은 부담을 안고 있었을 것이다.
뒤늦게나마 이사를 결정한 것은 잘한 일이라 생각되지만 유 장관이 시급히 청산해야 할 것이 또 있다. 바로 거대 통신업체와 함께 동거 중인 집무환경이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김태환 의원이 정통부가 KT의 건물을 임대해 쓰면서 임대료 및 관리비 등에서 많은 액수의 할인혜택을 보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케이블업계도 대표단이 질의서를 전달하기 위해 청사를 방문했을 때 정통부 관계자가 KT 사무공간으로 안내했다며 분통을 터트린 일도 발생했다.
규제를 담당하는 국가기관이 특정 사업자와 함께 동거(?)하는 모습을 보고 정책의 중립성이 무너질 것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비단 케이블업계 종사자뿐만은 아닐 것 같다. 장관이 문제의식을 갖고 이사를 결심했듯 정통부도 좀 더 떳떳한 정책추진을 하기 위해서는 청사이전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드라마의 상원처럼 정통부도 단지 우린 ‘하숙생’이라 주장하고 싶을 것이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정말 그러길 바랄 것이다. 하지만 담임을 맡고 있는 반 학생의 집에서 묵고 있는 하숙생임은 명백하며 과도하게 저렴한 수준의 하숙비를 내고 있다거나 하숙집 아이만 편애한다는 등의 의혹이 계속 나오고 있다면 당연히 하숙집을 옮기는 것이 낫지 않을까. 설사 그 의혹들이 모두 사실이 아니라 할지라도 말이다.
그 길만이 국가의 중대한 통신관련 정책을 특정사업자에게 편향되지 않게 추진할 수 있도록 정통부가 갖춰야 할 기본 조건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