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ㆍ주택은행이 우여곡절 끝에 합병본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두 은행은 합병의 법적구속력이 공식적으로 발휘되는 절차인 계약 체결마저도 매끄럽지 못하게 마무리, 통합은행장 선정등 향후 합병과 관련한 많은 난관을 해결해 나가는데 진통이 불가피 할 전망이다.두 은행은 당초 23일 오전 각각 이사회 결의를 마친 후 합병본계약을 체결할 계획이었으나 주택은행이 합병계약서의 합병추진위원회와 관련된 조항을 문제 삼아 원안을 부결시키고 수정안을 의결한데다 노조측의 반발까지 겹쳐 계약체결을 한때 연기하기도 했다.
두 은행은 특히 노조의 반발을 의식, 이사회를 비밀리에 개최하고 합병본계약 체결장소를 바꿨음에도 불구하고 계약서 문구를 놓고 또다시 마찰을 빚는등 감정의 골이 더욱 깊어졌으며 전격적인 비공개 계약체결로 노조의 반발도 한층 거세지고 있다.
◇계약서 문구수정 싸고 한때 ‘격돌’
주택은행은 이날 오전 조선호텔에서 열린 이사회를 통해 ‘양 은행은 합추위가 심의ㆍ조정한 사항을 존중하고 이를 실행키로 한다’는 문구를 삭제해 통과시켰다.
주택은행 이사회의 이 같은 결정은 앞으로 합병은행장 선임등을 앞두고 합추위의 중재기능 보다는 두 은행의 의사결정에 더 비중을 둬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
주택은행 관계자는 “은행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는 합추위가 아닌 이사회”라며 “이 문구를 그대로 가져갈 경우 나중에 법률적으로 문제가 될 소지가 있어 이를 수정한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국민은행은 이에 대해 “이사회를 거쳐 원안대로 통과시킨 만큼 주택은행이 수정한 부문을 다시 의결할 계획은 전혀 없다”고 맞서다가, 오후 들어 합추위의 중재로 합의서 문구를 재수정하는 선에서 타협하기로 결정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일정에 쫓겨 합의는 했지만 주택은행의 계약서 일방수정에 대한 직원들의 반발이 커 앞으로가 더 걱정된다”고 말했다.
◇합병은행 출범 예고된 ‘난항’
존속법인 문제등 공식적인 합병합의 과정에서 갈등이 적지 않았던 두 은행이 합병본계약 체결을 과정에서 또다시 마찰을 빚음에 따라 향후 두 은행의 구체적인 합병작업에도 큰 차질이 예상된다.
특히 합추위의 위상이 크게 실추된 상태에서 통합은행장 선정등 민감한 사안에 대한 사전 합의도출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주택은행의 합병 본계약서 수정을 놓고서도 국민은행측은 주택은행의 이 같은 행위는 사실상 합병을 하지 말자는 얘기라며 강력 반발하고 나선 반면, 주택은행은 국민은행이 수적으로 유리한 합추위에 기대려고만 한다고 주장하는등 감정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두 은행이 노조반발로 인해 숨바꼭질 하듯 합병을 발표하더니 존속법인 및 합병비율은 물론 합병본계약 체결등 합병과 관련한 중요한 사안에 대해 한번도 원만하게 일을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졸속합병에 따른 부작용이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