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사설] 우리기업들의 새해 과제

새해 들어서도 외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환율이 급락하자 벌써부터 국제통화기금(IMF)체제를 벗어난 것인양 착각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고 있다. 심지어 『IMF라는게 뭐야』라는 우스갯 소리도 들릴 정도다. 한국전쟁후 최대의 국난이라는 IMF체제에 들어선지 1년, 아직도 외환위기는 완전 가시질 않고 있는데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이 요즘들어 해이해진 우리의 모습이다.정부일각에서는 지난 한해 우리가 고생한 결과, 불황의 터널을 벗어난 것처럼 얘기하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기업의 구조조정이 아직 완료되지도 않았으며 당분간 계속될 경기침체와 신규채용의 저조로 고실업이 지속될 전망이다. 대외적으로는 시장이 개방돼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생존을 위한 싸움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시장에서 기업간의 싸움에 적용되는 규칙도 선진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기업회계기준이 그렇고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사외이사의 참여확대, 소수주주권의 강화 등이 바로 그렇다. 국내외 여건은 올해 우리 기업들의 행보가 그리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해 주고 있다. 그러나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있다. 위기를 슬기롭게 대처, 기업이 얼마든지 살아 남을 수 있는 선례는 많다. 가령 불황을 이기려면 우선 매출이 지속적으로 늘어나야 한다. 부채를 줄여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일이나 연구개발을 통해 신상품을 내놓는 일 모두 매출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어쨌든 잘 팔아야 한다. 과거보다 잘 팔기 위해서는 고객의 목소리를 들어야한다. 우리 기업들은 그동안 영업활동은 열심히 해 왔지만 고객의 욕구를 파악하는 데는 다소 미흡했다. 매출증대를 꾀함에 있어 고객의 얘기를 듣는 것처럼 효과적인 방법은 없을 것이다. 복잡한 사업구조에서 탈피하는 것도 위기를 활용하는 방법이다. 가지고 있는 역량을 한 곳에 집중할 수 있는 단순한 사업구조를 지향해야 한다는 뜻이다. 지금의 경영환경은 특정분야에서 세계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라야 살아 남을 수 있게 바뀌고 있다. 너도 하니까 나도 한다는 식으로 끌어 안고 있었던 비핵심, 저수익, 저부가가치 사업을 과감히 처분, 강점이 있는 사업에 여력을 모아야 한다. 구조조정은 때를 놓치면 안되고 질질 끌수록 불리하다. 가급적 신속하게, 경쟁력 중심으로 구조개편 작업을 진행시켜야 한다. 아직도 남은 제품원가상의 거품도 제거해야 한다. 원가절감을 더 철저히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거품의 가장 큰 원천은 불량품에서 발생한다. 불량품 하나 잘못 내보내면 제품 열개를 생산하기 위해 드는 원가와 맞먹는 비용이 발생한다는 통계도 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우리기업의 불량률 수준은 아직도 높은 편이다. 외부에서 조달한 부품이 불량의 원인이라면 공급업체에 따끔한 일침을 가해야 한다. 포드자동차는 만족할만한 품질의 부품을 세계에서 가장 값싸게 제공하지 못한다면 구입선을 미국밖의 공급자로 바꾸겠다고 선언, 미국내 부품공급업체들의 자세를 바꿔 놓았다. 품질에 관한 한 뒷거래를 한다거나 눈감아 주는 식의 양보가 있어서는 안된다. 제품원가 뿐만 아니라 간접비의 발생도 억제해야 한다. 아직도 전자우펀을 활용하지 못하고 오토바이 퀵 서비스만을 고집하며, 필요없는 비용을 발생시키는 간부가 조직에 많다. 간부들부터 비용절감에 솔선수범해야 한다. 새해들어 경제회복에 대한 지나친 낙관론으로 거품이 다시 일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성장률이 다시 플러스로 된다느니, 순채권국이 된다느니 온통 장밋빛 전망 일색이다. 오히려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 요소다. 기업들은 낙관론에 들떠서는 안된다. 올 한해도 냉정한 자세로 기본을 다지며 재도약의 발판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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