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3일 총리실의 조직과 기능을 대폭 축소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정부 운영의 핵심 축 이동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주변에서는 임기 초반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위해서라도 청와대가 전면에 나서 국정을 조율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뤄왔다. ‘실세 총리실’이라는 옥상옥(屋上屋) 구조로는 효율적인 국정 운영이 어렵다는 인식이다.
또 한나라당 내부의 ‘실세 총리에 대한 거부감’도 총리실 축소 방침의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명실상부한 ‘컨트롤 타워’로=총리실 개편안은 크게 비서실 축소와 국무조정실 축소라는 두 축으로 이뤄져 있다. 총리비서실 가운데 민정ㆍ정무 기능은 청와대와 겹치는 만큼 사실상 없애기로 해 청와대 및 주변 기능 강화로 직결될 전망이다. 이 당선인 주변에서는 청와대 정무수석이나 정무장관 부활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국조실 500여명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각 부처 파견 공무원들은 대거 소속 부처로 ‘원대 복귀’하고 50여개에 달하는 위원회도 한시적 조직부터 순차적으로 사라지게 된다. 한나라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총리실에서 1차적으로 정부 부처 간 정책조율을 맡겠지만 청와대 비서실이 임기 초 사실상 국정 전반을 강력하게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청와대가 총리실이라는 ‘안전장치’ 없이 전면에 나설 경우 정치적 부담이 크다는 당내 지적도 나온다. 더구나 청와대 조직을 축소 개편하겠다는 게 인수위 고위층의 전체 방향인 만큼 ‘작지만 강력한 청와대’ 구성이라는 실무적 과제가 남게 됐다.
◇실세 총리에 대한 거부감=한나라당은 참여정부 기간 이해찬 총리가 보여줬던 강력한 ‘힘’을 전횡에 가까운 부작용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 총리실이 정무분과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조실의 경우 지난 2003년만 해도 276명에 불과했던 조직이 2004년 이 총리 취임 후 495명으로 급격히 늘어 현재까지 비슷한 규모로 이어지고 있다. 이 총리는 재임 기간 실무적 ‘힘’을 바탕으로 한나라당과 극한 대결을 주도, 한나라당의 불만의 초점이 됐다.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이해찬 전 총리가 총리실을 이끌면서 제대로 한 게 뭐가 있느냐. 업적은 하나도 없고 ‘실세 총리’의 부작용만 낳았다”며 “대통령중심제에서 실세 총리란 불가능하며 이 전 총리식이 될 경우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역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총리실 측은 서울경제의 총리실 축소방안 보도 이틀 후에 이뤄진 이날 업무보고에서 “각 부처에서 총리실로 과다 파견된 인력을 과감히 정비하겠다. 그동안 총리의 위상에 따라 국조실 업무와 위상도 가변적이었다고 인정한다”고 보고했다고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