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반갑다, 이화령 고라니

백두산에서 지리산에 이르는 백두대간은 한반도 산의 중심 산맥으로 우리들의 삶의 방식에 큰 영향을 줘왔고 시ㆍ소설ㆍ영화ㆍ음악 등 많은 작품들의 배경이 돼왔다.

인간의 삶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산이 깊은 백두대간은 호랑이ㆍ반달가슴곰ㆍ붉은여우 등의 서식이 보고된 한반도 생태의 중심이기도 하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모피채집을 목적으로 한 야생동물의 포획증가와 한국전쟁 이후 산림 황폐화 등에 따라 다양한 동물들이 자취를 감췄다.

최근 들어 백두대간 복원의 중요성이 제기되기면서 산양 등 다양한 동물 복원이 진행되고 있지만 현재처럼 끊어진 백두대간은 행동반경이 넓은 동물들을 고립시키고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행정안전부는 끊어진 백두대간을 잇는 사업을 시작했다.

관련기사



지난해 말 잘려나간 지 87년 만에 이화령 구간을 복원했다. 이화령은 백두대간 중간부에 위치한 고개로 괴산과 문경을 잇고 있지만 일제강점기에 잘려나간 능선이다.

행안부는 고갯마루에 터널을 설치하고 흙을 덮고 나무를 심어 산등성이를 예전의 모습으로 되돌렸다. 그리고 동물 이동통로에 CCTV를 설치해 관찰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복원된 이화령 생태터널 위로 지나가는 고라니가 생생하게 포착된 것이다.

고라니의 출현이 반가운 이유는 복원구간의 생태축이 살아나고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야생동물인 고라니가 자발적으로 이용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더욱 크다.

복원된 생태축은 분할된 서식지를 하나로 만들어줘 종의 다양성이 풍부해지고 주위에 서식하는 멸종위기종인 삵ㆍ담비ㆍ산양까지도 복원된 생태축을 충분히 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다. 정부에서는 이화령 구간 이외에도 단절된 백두대간 중 12군데를 더 복원할 계획이다. 현재 전북 장수의 육십령, 경북 문경의 벌재, 경북 상주의 비재 구간을 복원 중이며 이외의 구간도 연차적으로 복원해나갈 계획이다. 고라니 등 야생동물이 이화령뿐 아니라 복원하게 될 백두대간 곳곳을 뛰어다닐 날을 기다려 본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