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유로존 운명의 일주일 막올랐다

●스페인 구제금융 공식 신청<br>배드뱅크 1개 이상 설립… 은행권 부실자산 매입 추진<br>●28~29일 EU 정상회의<br>ESM 활용 방안 최대 관심사… 독일 반대로 합의 어려울 듯

스페인이 유럽연합(EU)에 은행 정상화를 위한 구제금융을 25일(현지시간) 공식 신청하면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미래를 좌우할 1주일 일정 외교전의 막이 올랐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오는 28~29일 이틀 동안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유럽 위기 방정식의 해법이 나올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선 스페인의 경우 구제금융을 지급 받는 조건으로 강도 높은 은행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힐 것으로 전망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스페인 정부가 금융권의 부동산 부실자산을 처리할 수 있도록 하나 이상의 '배드뱅크'를 설립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고 24일 보도했다. 일종의 자산관리공사를 세워 은행의 부실자산이나 채권을 사들이게 한다는 것이다.

전례를 살펴보면 스페인에 앞서 금융위기를 겪었던 아일랜드 역시 배드뱅크인 국가자산관리공사(NAMA)를 통해 712억유로어치의 부실채권을 집중적으로 매입해 사태수습에 나섰던 경험이 있다. 다만 이 경우 주요 은행에 대한 정부의 입김이 거세질 수밖에 없어 대형 은행들의 반발을 잠재울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는 7월 초 출범 예정인 유로안정화기구(ESM)의 활용 방안을 두고 갑론을박이 오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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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통신은 조제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장과 헤르만 반롬푀이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장클로드 융커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회의) 의장 등이 공동 작성한 EU 정상회의 초안에 ESM 자금을 유럽 부실은행에 직접 빌려주는 대책이 담길 계획이라고 이날 보도했다. 총 5,000억유로 규모의 ESM 기금은 현재 각국 정부를 일단 거친 뒤 은행에 다시 빌려주는 방향으로 설계돼 있으나 중간절차를 생략해 효과를 극대화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위기국으로 흘러들어온 구제금융자금이 국가부채 계정에 기록되지 않기 때문에 국채시장을 자극하지 않는 부수적인 이득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 등은 3자 공동전선을 구축해 ESM 기금으로 위기국의 국채를 직접 사들이는 방안을 밀어붙일 계획이다.

하지만 ESM 활용 확대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어 당장 뚜렷한 합의점을 찾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독일 국민의 혈세를 가져다 쓰려면 먼저 감시 채널을 강화해야 한다는 게 메르켈 총리의 초지일관 입장이다. 에릭 닐센 유니크레디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와 관련해 "시장이 EU 정상회의에 또다시 실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상회의 초안에는 ▦유럽판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은행청산기금 설립 추진 등과 같은 대책도 담길 예정으로 알려졌으나 이는 모두 장기적 해법이어서 시장 진정 효과를 내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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