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고무줄 목표주가

오철수 증권부 차장

‘57만원→68만원→78만원→70만원→52만원.’ 국내의 한 대형 증권사가 올 들어 제시한 삼성전자 목표주가다. 지난 1월 57만원을 제시했던 이 증권사는 주가가 오르자 2월에는 슬그머니 68만원으로 올렸고 4월에는 78만원까지 높여 잡았다. 그러나 4월23일을 기점으로 증시가 약세로 돌아서자 상황은 달라졌다. 이 증권사는 불과 한달 뒤인 5월 말 70만원으로 목표주가를 낮춘 데 이어 삼성전자의 2ㆍ4분기 실적발표가 있고 난 이달 19일에는 다시 52만원으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불과 몇달 만에 20만~30만원씩 춤을 춘 셈이다. 증권사들의 이 같은 ‘고무줄 목표주가’는 수치만 조금씩 다를 뿐 다른 회사들도 마찬가지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할까. 가장 큰 이유는 애널리스트들이 시장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다. 상당수의 애널리스트들은 목표주가를 산정할 때 기업의 본질적인 가치뿐만 아니라 주가가 변동할 수 있는 범위까지 감안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시장상황이 좋을 때는 목표주가를 한없이 높여 잡았다가 장이 침체되면 비관적인 전망을 쏟아낸다. 정보기술(IT) 업종의 특성상 실적예측이 다른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렵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문제는 증권사들이 제시하는 목표주가의 변동폭이 단기간에 너무 크다는 데 있다. 삼성전자와 같은 세계적인 기업의 가치산정을 1~2개월에 한 번씩, 그것도 대폭 수정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가 어렵다. 더군다나 삼성전자의 2ㆍ4분기 실적악화나 하반기 IT가격 하락은 상반기에 이미 예고됐던 사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ㆍ4분기 실적발표 뒤에야 목표가를 대폭 낮춘 것은 증권사들의 시장 눈치보기가 얼마나 심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시장흐름에 따라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하는 목표주가가 투자지표로서 신뢰를 얻기는 힘들다. 수급기반 붕괴로 증시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증권사들이 고객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투자자들의 증시 이탈은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 이는 그대로 증권사들의 수익기반 악화로 연결된다. 증권사들은 더 이상 스스로의 발등을 찍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