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韓中日 바둑영웅전] 큰곳을 선점하고 본다

제3보(29~36)


흑2는 우칭위엔(吳淸源)이 이따금 시도했던 수법이며 근래에는 한국의 청소년 기사들이 자주 쓴다. 선수를 뽑겠다는 의도일 수도 있고 흑의 진영을 최대한 넓게 굳힌다는 의도일 수도 있는 수법이다. 위빈은 군말없이 백30, 32로 단단하게 받았다. 백32의 응수를 본 장쉬는 여기서 15분을 숙고했다. “손을 빼려는 모양인데요.”(강만우) “끊어잡으려는 거겠지.”(서봉수) 끊어잡는다는 것은 가를 말함이다. 그냥 끊지 않고 이렇게 호구자리에 두는 것이 이런 형태에서는 급소가 된다. 해설실에 뒤늦게 들어온 루이9단은 흑이 나로 우상귀 일대를 확장하는 수가 좋아 보인다고 했다. “그것은 다음 착수가 어려워요.”(강만우) 참고도2의 흑1이면 백은 무조건 백2로 이을 텐데 그때 흑의 선택이 어렵다. A로 지키자니 발이 느리고 그렇다고 다른 곳을 두자니 백B의 공격이 꺼림칙하다. 한참 후에 장쉬가 둔 수는 가도 나도 아닌 흑33이었다. “발은 빠른데 좋은 수인지는 잘 모르겠군.”(서봉수) 노타임으로 위빈의 백34가 놓였고 역시 노타임으로 장쉬는 흑35를 두었다. 큰곳을 모조리 선점해 놓고 백36의 침공에는 힘으로 타개하겠다는 것이 장쉬의 전략이었다. 일본기원에서는 장쉬의 장인 고바야시 고이치가 흑35를 다소 심한 것 같다고 지적하고 있었다. 그가 주장한 것은 참고도2의 흑1을 하나 붙여놓고서 3으로 크게 지키는 그림이었다. 백36은 이제 지체할 수 없는 침공이다. 드디어 몸싸움이 벌어지게 되었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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