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심각한 제조업 공동화

우리 경제의 발전단계에 비추어 제조업의 공동화(空洞化)가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앞으로 경제성장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한국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6월말 현재 478개 상장사의 설비자산이 179조4,531억원으로 지난해보다 0.56%감소, 2001년 이후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제조업체의 해외투자 건수가 1,800건이었는데 반해 6월말 현재 국내 제조업 신설법인은 555개에 불과하다. 국내기업 들의 해외직접투자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감각상가비에 못 미치는 설비투자부진이 지속됨으로써 저임금 의존 업종은 물론 주력 및 첨단업종에 이르기까지 제조업전반에 걸쳐 공동화가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 같은 제조업 공동화의 주된 원인으로는 노동력부족과 높은 임금상승, 그리고 끊이지 않는 노사분규 등이 지적된다. 여기서 노동력의 경우 그 동안 저임금 근로자의 부족이 문제가 되었으나 최근에는 이공계 기피현상 등으로 인해 기술인력에서도 부족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5일제 확산등과 함께 근로의욕이나 숙련도 저하가 겹치면서 중국 동남아등과 비해 인력면에서의 경쟁우위가 사라지고 있다는 게 기업들의 지적이다. 과거 고도성장의 밑거름이 돼 온 인적 자원이 더 이상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인력의 질은 떨어지고 있는데 반해 생산성을 웃도는 임금상승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은 엎친 데 덮친 격이라 할 수 있다. 통상적인 임금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을 뿐 아니라 복지확충 등과 관련한 기업들의 부담도 크게 증가하면서 인건비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가공조립산업의 설자리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다 파업공화국이라는 비아냥을 받을 정도로 노사분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이 투자를 기피하고 기회만 있으면 기업환경이 곳을 찾아 떠나려는 것은 당연한 선택인 셈이다. 문제는 저임금 의존업종 뿐 아니라 철강 전자 등 기술집약적인 주력업종들까지 해외로 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포스코가 중국에 투자비가 6조원에 이르는 일관제철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은 충격적이다. 글로벌 시대에 기업의 국제화를 위해 어느 정도의 해외투자를 불가피한 추세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기업들이 국내투자를 기피하고 기존 생산시설마저 해외로 옮기는 것은 곧 우리경제의 성장잠재력 잠식을 가져온다. 갈수록 심각해 지는 청년실업은 제조업 공동화의 결과나 다름없다. 정부의 경제살리기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제조업 공동화의 속도를 늦추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우리경제를 떠 받치고 있는 제조업이 더 무너지기 전에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문병도기자 d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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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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