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노무개혁 없이 허브항만 없다] <5·끝> 좌담회

"상용화는 대세…더이상 늦춰선 안돼" <br>사회 : 김형태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연구위원<br>이승욱 부산대 법학과 교수 <노동법·사회보장법 전공><br>전일수 <인천대 동북아물류대학원장>


[노무개혁 없이 허브항만 없다] 좌담회 "상용화는 대세…더이상 늦춰선 안돼" 사회 : 김형태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연구위원이승욱 부산대 법학과 교수 전일수 채용ㆍ발주 비리와 더불어 과잉인력, 기계화 지연, 수출경쟁력 저하 등 몸살을 앓고 있는 항만노무공급시스템에 대한 개혁 입법을 앞두고 대안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이에따라 본지는 전문가들을 초청, '항만노무개혁의 바람직한 방향'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전문가들은 모두 어떤 대안이든 명백히 드러내놓고 논의되야 하는 때가 됐고 그 대안을 도입했을 때 훨신 효율적인 구조로 갈 여지가 충분하다는데 공감했다. 또 정부가 적극적인 수렴 의사를 표명하고 있는 만큼, 충분한 논의를 통해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형태 연구위원(사회) = 항만에는 수급이 일정치 않는 파동성이라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일용 노동자들을 공급ㆍ관리하는 노조나 노사정기구, 노사협력기구가 생겼습니다. 우리는 항운노조가 그 역할을 했습니다. 항운노조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었지만 생산성ㆍ서비스 등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켜 새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전일수 원장 = 항만노무공급 시스템 개혁이 얼마만큼 절체절명의 과제인지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돼야 합니다. 외국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사회 전반적인 개혁 요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항만부분에서 반드시 노무공급체제 개편이 이뤄져 효율성이 향상되고 동북아 물류국가를 지향해야 할 뿐만 아니라 종사자의 복지 후생, 근로자의 사회적ㆍ개인적 권위를 향상시켜야 합니다. 상용화가 현 제도보다 훨씬 큰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승욱 부산대 교수 = 항만운송은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9.7%나 될 정도로 수출물류의 대동맥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효율적이고 능률적인 공급시스템을 모색하는 것이 하역업체와 근로자 모두에게 실익이 돌아가고 국민전체 관점에서도 이익이 되도록 하는 방향에서 개혁이 이뤄져야 합니다. ▲김 위원 = 화물수송의 컨테이너화가 진전되지 않았고 하역의 기계화가 이뤄지지 않았던 과거에는 인력공급을 시장에만 맡겨두는 것은 상당히 문제를 야기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많이 변했습니다. 80년대말부터 노무공급시스템을 시장기구에 의존하는 방법으로 전환한 나라들이 많아졌습니다. ▲전 원장 = 항운노조의 규약에 노동자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경제적 사회적 지위를 향상시킨다는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항만 근로자는 현재 나이가 많든 적든, 숙련도가 낮든 높든 똑같이 N분의1 식으로 나눠 가져 갑니다. 더 열심히 하는데 대한 인센티브가 없습니다. 그런 시스템이 항만경쟁력을 약화시킨 한 원인이라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또한 항운노조원들은 고용보험 혜택을 못보고 유급휴가, 유급근로를 적용 받지도 못합니다. 그러나 상용화되면 이런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습니다. 어느 것이 근로자의 기본권과 경제ㆍ사회적 지위향상에 도움을 주겠습니까. ▲이 교수 = 본인이 판단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기존 시스템을 유지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상용화의 이익이 있지만 단점도 반드시 존재합니다. 고용과 정년이 보장된다고 하지만 법률로 보장하면 위헌소지가 있어 할 수가 없습니다. 상용화하면 반드시 정리해고를 할 수밖에 없고 다른 나라도 따랐습니다. 항만의 파동성, 규모, 인원과잉상태를 종합 고려할 때 상용화는 고용 안정성을 심각히 훼손하는 사태가 불가피하게 일어나게 될 것입니다. 고용안정 우려를 완화시키면서 하역업체들의 수요도 충족시키는 제3의 길을 생각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김 위원 = 최근 20~30년 역사에서 항만노무공급시스템을 전환한 나라는 궁극적으로 상용화로 갔습니다. 영국, 뉴질랜드, 프랑스 같은 서양 뿐만 아니라 말레이시아, 대만도 그런 시스템으로 바뀌었습니다. 중국 조차도 종신고용 국유기업체제가 개방화되면서 다른 산업과 함께 항만산업도 상용체제로 도입했습니다. ▲이 교수 = 항만개혁의 필요성은 누구나 공감합니다. 항만별로 본다면 세계 10대항만 중 부산항을 포함해 5개 항만은 노조, 노사, 노사정 등 공동운영체제를 두고 있습니다. 선택 가능한 대안들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해보고 그래도 상용화밖에 없다면 논의할 수 있지만 대안에 대한 공론화가 불충분한 것 같습니다. ▲김 위원 = 그 논의는 지난 20여년간 지속적으로 해왔습니다. 결론으로, 궁극적인 목표로 도달한 것이 상용화로, 최적의 대안이라고 나왔습니다. ▲이 교수 = 항만개혁은 단순히 물류문제만 있는 게 아니라 노동문제가 끼어 있습니다. 지난 20여년간 노동관련 전문가가 얼마나 참여한 지 모르겠습니다. ▲전 원장 = 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초반까지 미국에서는 규제개혁을 하면서 노조가 가장 큰 타격을 받았고 해고에 따른 손실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규제완화로 인한 사회적 이익이 훨씬 컸습니다. 물가가 안정되고 고도성장을 이뤄냈습니다. 항운노조는 물류문제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가장 불합리한 노동관행을 갖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교수 = 인원 과잉을 해소하는 방법이 문제입니다. 네덜란드나 벨기에, 미국 같은 모델을 따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효율성이 무척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 벨기에의 앤트워크 항만처럼 하역회사협회가 풀(Pool)을 관리하고 직업훈련을 시키고 하역업체가 작업을 직접 지휘하는 방안도 있을 수 있습니다. 파동성이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하역회사가 필요할 때 쓰고 없을 때 안 쓰면 돼 환영할 수 있는 방안입니다. ▲전 원장 = 사회적으로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방식입니다. 풀제가 시장에 적절하게 대응해 움직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풀제는 라이센스를 준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오늘은 이 회사, 내일은 저 회사 가서 어떻게 자기개발을 할 수 있고 승진, 승급이 될 수 있습니까. 최소한의 기본권 장치가 없는 것입니다. ▲이 교수 = 우리나라 노동관계 시스템에서 항만노무를 시장에만 맡긴다면 노사 합의가 안돼 파업에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시범케이스로 한 회사를 집중 공략하는 파업도 가능합니다. 부산항 전체가 파업할 수 있습니다. 특히 항만산업은 필수 공익사업장으로 지정돼 있지않아 파업이 일어나면 감당하지 못할 상황으로 악화될 수도 있습니다. 상용화 과정에서 대만이 유일하게 파업이 안 일어났습니다. 우리나라는 노사관계가 가장 적대적인 상황입니다. 지금까지 없었지만 앞으로도 없다고 단정하고 일을 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합니다. ▲전 원장 = 지금까지 노조는 무소불위의 힘을 가졌습니다. 그렇지만 사회적인 비합리성이 유지되는 환경을 계속 유지해나갈 것입니까. 파업이 없었다는 이유 하나로 그 시스템이 좋다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정부는 특히 상용화로 회사에 소속되는 근로자에 대한 고용보장을 단서로 부두임대 장기계약을 맺어주기 때문에 충분히 고용을 정년까지 보장해줄 수 있습니다. ▲김 위원 = 영국 등 유럽의 상용화 개혁 국가들은 모두 노사정 기구에서 인력을 고용해 조정해 왔는데 결국 그 시스템이 한계에 봉착해 상용화로 갔습니다. 초창기에는 잘 됐지만 시간이 갈수록 노조의 주장에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풀제도 운영여부에 달려있는 것이지 방식 그 자체가 안정성을 보장하지는 못합니다. ▲이 교수 =파업에 따른 우려 때문에 상용화를 해서는 안된다는 것은 아닙니다. 노사관계에 대한 배려도 동시에 이뤄져야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입니다. 풀제도 국가마다 성공, 실패 사례가 다 있습니다. 일본도 실패해 상용화로 갔지만 합리적으로 운영되는 나라도 있습니다. ▲전 원장 = 정부안은 현재의 기득권을 상당히 인정해주고 있습니다. 개별근로자의 현수준 임금과 정년을 보장합니다. 하역회사 직원들에 비해 기능은 떨어지면서도 더 많이 받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퇴직희망자에 공무원 수준을 적용해 2분의 1이상 주지만 공무원의 경우 기본급 기준임을 감안할 때 그 이상입니다. 실제로 두 배를 더 주는 셈입니다. 어느 시스템이 근로자 기본권을 더 잘 보장하고 지위를 향상시킬 수 있는 지 검토해보고 제출된 여러 법안에서 더 나은 점을 제도적으로 보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 위원 = 직업안정법은 항운노조에 독점권을 준 것이 아니라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위임한 것에 불과합니다. 법적으로 고유권한이 부여된 것도 아니고 사용자 권한을 가진 것도 아닌데도 정부가 개혁조치를 하면서 명퇴 규정을 적용해주는 것은 상당히 혁신적인 안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외국은 노사정이 공동으로 해왔고 대만에선 당국이 사용자 역할을 하다가 사용자 역할을 부정하고 개혁했기 때문에 높은 수준의 보상을 했습니다. ▲이 교수 = 정부가 지원 근거가 없음에도 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힌 것은 노무개혁의 중요성, 항만이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지위를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문제는 노사정이 상용화에 합의하고 항운노조가 이에 동의했을 때만 지급되는 것으로 전제돼 있다는 것입니다. 상용화 여부는 외부가 아니라 근로자 자신들이 판단할 문제입니다. 노조는 정부안이 적합하다고 생각하면 지지, 아니면 거부할 것입니다. ▲김 위원 = 프랑스에서도 개혁안이 당사자들에게 좋을 것이라고 판단했지만 노조 대표자들이 파업을 일으키려 했습니다. 당국은 개별 조합원의 의사를 듣기 위해 비밀을 보장해주기로 하는 청색전화를 개설했습니다. 정부정책에 동참하겠다는 전화가 매우 많이 왔고 이런 사실이 개혁에 엄청 도움을 줬습니다. 대만에서도 정부주관으로 비밀투표를 붙여 찬성표가 70%이상 나왔습니다. 개개인의 의사와 집행부의 의사는 차이 날 수 있습니다. ▲이 교수 = 조합원의 의사를 확인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이 있을 수 있습니다. 결국 조합원들의 의사에 맡기는 것이 가장 합리적입니다. 우리도 노사정 대표간의 합의도 중요하지만 구성원의 의견 수렴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김 위원 = 상용화나 풀제 방식 운영이나 보상문제가 대두되고 있습니다. ▲이 교수 = 상용화와 관련 정부안에 이의는 없습니다. 근로자의 공급허가에 따른 법적보장은 할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다만 몇 십년 동안 한 노조에 부여돼 왔고 대법원 판례가 노조를 인력공급업체로 보고 있기 때문에 플러스 알파의 보상을 지급해야 한다는 논리도 가능합니다. 노사정이 합의해서 결정할 문제입니다. ▲김 위원 = 현행 항만노무공급체제의 변혁이 이뤄져야 한다는 데 대해 모두 공감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방식에 있어서는 이론이 있을 수 있습니다. 세계적인 조류는 시장원리를 도입한 상용화로 가고있습니다. 어쨌든 그 대안이 어떤 것이든 공개적으로 논의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그럴 경우 현 시스템보다 상당히 효율적인 저비용 구조로 갈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확보될 수 있는 것으로 의견이 집약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법안의 귀추가 주목됩니다. /정리=오현환기자 hhoh@sed.co.kr 사진=김동호기자 입력시간 : 2005/11/20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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