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기업 울리는 '황당규제' 수술 더 미루지 말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기업현장에서 취합해 정부 각 부처에 전달한 628개의 기업규제개선 건의안을 10일 발표했다. 전경련이 제기한 문제의 규제들은 이런 상태에서 어떻게 기업경쟁력 강화를 바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한심하고 심각한 수준이다. 기술발전을 따라가지 못해 신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규제에서부터 우리나라에만 있는 '갈라파고스 규제', 실현 가능성과 도입과정이 이해되지 않는 황당한 규제까지 다양한 형태로 기업의 경영의욕을 꺾고 있다. 정부는 '전경련이 재계 목소리만 대변하는 기관'이라는 선입견에서 벗어나 현장의 불만을 경청해야 한다.


휴대폰의 주요 부품인 '유심(USIM) 규제'는 대표적인 악성 규제로 꼽힌다. 국내의 한 업체가 2009년 손목시계 형태의 스마트폰을 개발했으나 정작 국내가 아니라 유럽 시장에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미래창조과학부의 고시(68조)가 휴대폰에만 유심 단말기 삽입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이동통신사를 자유롭게 선택하자는 취지였지만 정작 시계 형태인 스마트워치에는 걸림돌이 됐다. 가로세로 2.5㎝의 스마트워치에는 유심이 삽입되지 않고 탈부착만 가능해 이 규제로는 제품이 시장에 나올 수 없었다. 결국 휴대폰과 연계하지 않는 스마트워치는 아직까지 국내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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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먹는물 관리법에 명시된 먹는물 제조회사는 탄산수를 만들 수 없다는 규제도 마찬가지다. 이 규제 아래에서 먹는물 업체가 탄산수 시장에 진출하려면 공장 외부에 음료 공장을 따로 지어야 한다. 공장 건설비용을 고민하다가 탄산수 시장 진출을 접은 제조업체도 있다니 정부가 설비투자와 고용창출을 막은 셈이다. 공장 주변의 소음을 도서관·숲속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규제와 골프장·스키장 등에서 팔 수 있는 의약품을 수영장 등에서는 취급을 금지한 규제 같은 '황당'한 규제가 아직도 버젓이 살아 있다.

이들 규제도 도입 당시에는 존재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사회와 기술 변화 등 주변환경이 달라지면 규제도 달라져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3월 규제개혁 끝장토론을 주재하면서 규제개혁에 '올인'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보신주의에 빠진 공무원들의 책임을 묻겠다"고도 했다. 그럼에도 당초 6월 말까지 약속한 규제개혁 25건 중 7건밖에 해결되지 않았다. 때마침 출범하는 최경환 경제팀은 세월호 사고 등으로 희미해진 규제개혁의 좌표를 재점검하고 개혁에 속도를 내기 바란다. 시간이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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