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강모씨는 며칠 전 황당한 경험을 했다. 모처럼 일찍 퇴근해 저녁 7시반경 가족들과 식사를 하던 도중 걸려온 휴대전화를 받자마자 ‘오늘 저녁 경아는 추워요’라는 낯선 여자의 음란한 목소리가 들려왔기 때문. 그는 “어린 딸과 아내가 바로 옆에 앉아 있는데 성인 서비스를 안내하는 전화를 받아 굉장히 당황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자영업자인 김모씨는 휴대전화로 걸려오다 끊긴 채 번호만 남겨진 부재중 전화에 여러 번 속았다. 영업상 필요한 전화인 줄 알고 휴대폰에 남겨진 부재중 전화번호로 통화를 시도했다 성인폰팅 서비스나 카드대금 대출 등을 알리는 기계음을 듣고 전화를 끊어야 했기 때문.
일부 전화정보 서비스업체의 악덕 상술이 기승을 부리면서 휴대전화 이용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성인콘텐츠나 대출알선 등의 정보를 알리는 전화를 무작위로 걸어대거나 휴대전화 이용자들의 심리를 교묘하게 악용하는 수법도 빈번하게 등장하고 있다.
모 대출알선 업체의 경우 060으로 시작하는 정보제공업체 번호의 경우 아예 받지 않는 휴대전화 이용자들이 늘자 지역번호까지 있는 일반 전화번호로 발신번호를 변경, 전화를 걸고 있다. 원래 060-XXX-XXXX인 전화번호를 02-OOO-OOOO번으로 표시되게 하는 식이다.
일부 업체는 전화를 걸어 2~3차례 벨이 울린 뒤 바로 전화를 끊어 버린다. 이럴 경우 전화 수신자 단말기에 ‘부재중 전화’로 번호가 남게 된다. 상당수 휴대폰 이용자들이 부재중전화를 확인하기 위해 다시 전화를 건다는 점을 노린 악덕 상혼이다.
심지어 최근에는 인터넷 메신저를 통해 ‘급히 연락 바란다’며 전화번호를 남기는 업체들도 등장하고 있다. 이들이 남긴 해당 번호를 전화를 걸면 바로 유료 전화정보 제공업체로 연결돼 속은 이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이처럼 전화정보 제공업체들의 악덕 상술이 기승을 부리는 것은 경기침체와 통신업체의 규제 강화 등으로 관련 매출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 KT에 따르면 지난해 252억원에 달했던 이 회사의 060 서비스 매출이 올해는 143억원으로 40% 이상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KT 관계자는 “고객 불만이 많은 업체들에 대한 서비스를 중단한데다 경기침체 영향으로 관련 매출이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동전화 이용고객 가운데 상당수가 060 번호로 시작되는 문자메시지(SMS) 수신을 거부하고 있는 것도 악덕 상술로 이어지고 있다. SK텔레콤에 따르면 이 회사 고객 가운데 33%인 610만명이 스팸 SMS 거부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이 서비스에 가입하면 발신번호가 060으로 시작되는 문자 메시지를 전혀 받지 않게 된다.
통신업체 관계자는 “스팸메시지나 전화를 받지 않으려면 이동통신사나 유선통신사업자의 고객 서비스 센터로 스팸차단을 신청하거나 악덕업체를 스팸대응센터(전화 1336, www.spamcop.or.kr)에 신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