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구직자 지방근무 기피 심해 R&D센터 서울로… 서울로…

대우조선 엔지니어링센터 인천서 마곡단지 이전 추진 LG·현대중도 잇단 'in 서울'<br>땅값 비싸도 울며 겨자먹기 생산성 저하등부작용 우려


기업들의 인력 채용과 관련한 '남방한계선'이 북상하고 있다. 국내 주요 기업들의 사업장은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 산재해 있지만 신입직원이나 경력사원들이 수도권 이남지역에서 근무하기를 꺼리는 탓이다. 과거에는 서울에 거주하는 구직자들도 수도권 근무를 마다하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구직자들의 '인(in)-서울' 선호현상이 점차 두드러지고 있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최첨단 연구개발(R&D) 시설인 엔지니어링센터 건립 장소를 당초 인천 송도에서 서울 강서구 마곡산업단지로 변경했다. 우수 연구인력을 유치하려면 송도보다는 서울에 R&D센터를 두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다.


대우조선해양의 한 관계자는 "회사의 근간인 조선소는 경남 거제에 있지만 인재 유치 차원에서 연구소는 수도권에 둬야 한다고 결정했다"면서 "처음 설립을 검토한 송도도 수도권이지만 우수 인력들이 멀다고 느낄 수 있어 마곡단지로 옮기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그룹 내부에서는 '엔지니어는 기흥, 연구원은 대덕, 소프트웨어는 과천이 채용 남방한계선'이라는 말이 나온다. 엔지니어ㆍ소프트웨어 인력은 기흥과 과천, 연구원은 대덕 밑으로 내려가면 근무를 꺼린다는 것이다.

효성은 전주를 비롯해 전국 각지에 사업장을 두고 있지만 연구시설은 모두 안양에 있다. 효성기술원과 중공업연구소ㆍ전자연구소ㆍ기술연구소 등 핵심 R&D 시설이 안양 카펫 생산공장 내에 몰려 있는 것. 인력 확보와 유지를 위한 선택으로 효성의 채용 남방한계선이 안양으로 설정된 셈이다.

울산에 조선소를 두고 있는 현대중공업 역시 설계인력 확보를 위해 지난해 서울 종로구 수송동에 해양엔지니어링센터를 설립한 바 있다. LG그룹이 강서구 마곡단지에 대규모 연구소 건립을 추진하는 것도 채용 남방한계선과 무관하지 않다.


실제로 올해 실시된 상반기 모 대기업 공채에서 공을 들였던 핵심 우수 연구인력이 출근 한 지 1주일 만에 퇴사했다. 내용을 파악해보니 지방 근무가 싫다며 서울에 연구개발센터가 있는 중견기업에 입사했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연구센터 등을 지방에서 운용하는 기업들은 여러 묘안을 짜내고 있다. 지방 소재 사업장 및 연구소의 인력 채용에 어려움을 겪자 기업들이 통근버스 운행 횟수를 늘리고 지방 사업장의 교육ㆍ문화 인프라 구축에 나서는 등 다양한 대응책 마련에 몰두하고 있다.

실제로 충남 서산에 거점을 두고 있는 삼성토탈은 인재 확보ㆍ유지를 위한 핵심을 의료와 문화ㆍ교육으로 보고 있다. 이의 일환으로 임직원의 가족들을 회사 운영의 핵심요소로 고려하는 '홈퍼니' 경영을 실시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이 아산 사업장 인근에 설립해 내년 3월 문을 여는 자립형사립고의 전체 학생 1,050명 가운데 70%를 임직원 자녀들로 채울 계획이며 근처에 24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유치원도 운영하고 있다.

한편 이 같은 채용 남방한계선의 북상은 기업들의 우수 인재 확보는 물론 적재적소에 생산ㆍ연구시설을 두는 데도 장애물로 작용해 기업경쟁력의 하락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구직자들의 지방 근무 기피로 기업 입장에서는 땅값 등 생산요소비용이 비싸고 정부의 각종 규제도 몰려 있는 수도권에 울며 겨자 먹기로 사업장을 둬야 해 생산성이 떨어지는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용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