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위기로 전세계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치는 가운데에서도 동남아시아 지역 채권발행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내수호조와 외국인 직접투자 증가, 원자재 생산 확대 등에 힘입어 상대적으로 성장률도 호조를 보이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전세계 자금들이 몰려 채권시장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8일(현지시간) 금융정보 업체 딜로직의 자료를 인용해 올 들어 현재까지 동남아 국채ㆍ회사채 발행량은 전년동기 대비 60% 급증한 564억달러를 기록해 사상 최대치를 나타냈다고 보도했다.
이 기간 전세계 채권 발행량이 6%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동남아 채권발행 증가에 힘입어 아시아 전체 채권 발행량도 23% 증가했다.
FT는 동남아 국가들의 여러 경제적 약점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채권시장은 꾸준한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분석했다. FT는 "인도네시아 등 일부 국가의 경우 인플레이션이 문제고 미국·유럽 등의 수요감소는 싱가포르 등 아시아 주요 경제국의 위험요소로 남아 있지만 높은 경제성장이 동남아 채권시장을 받쳐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새 국제회계기준(바젤Ⅲ) 도입으로 자본규제가 강화되자 증자가 필요한 동남아 은행들이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본조달에 나서면서 이미 지난해 전체 발행규모를 넘어섰다. 동남아 금융업계는 5월 초까지 19차례의 채권발행을 통해 약 80억달러를 조달했다. DBS 등 싱가포르 3대 은행은 올해 필요한 달러 자금을 채권발행으로 채웠고 인도네시아 네가라은행과 말레이시아의 RHB는 10년 만에 처음으로 각각 5억달러, 3억달러 규모의 글로벌 채권을 발행했다.
회사채뿐만 아니라 국채발행도 크게 늘었다. 소시에테제네랄은 최근 한국ㆍ말레이시아ㆍ인도네시아 자국 통화표시 국채의 외국인 보유규모가 2009년 이후 두배가량 늘어난 1,500억달러 수준으로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위콘 총 소시에테제네랄 투자전략가는 "유럽에 대한 우려가 크다 보니 마땅히 투자할 곳이 없었던 투자자들이 동남아를 중심으로 이머징마켓 채권을 대거 매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