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주요 그룹은 전자ㆍ정유ㆍ화학ㆍ액화석유가스(LPG) 등 주기적으로 담합 행위가 적발되는 업종에 두루 포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 그룹이 자본ㆍ기술 측면의 진입장벽이 높고 경쟁이 제한된 분야를 주력으로 삼고 있어 담합과 관련한 내부 단속의 필요성이 시급한 상황이다.
10대그룹의 한 대외업무 관계자는 "업계 관행으로 여겨지던 모임이나 정보교환 같은 것들이 공정거래위원회 입장에서는 담합의 증거가 될 수도 있다"면서 "이 같은 부분에 대한 주의 지침을 긴급히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4대그룹 중 LG와 SK는 우선 화학제품에 대한 공정거래 준수 여부를 긴급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SK는 정유와 LPG가 늘 담합이 신경 쓰이는 사업 분야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석유화학업체 관계자는 "지난 2007년 당시 호된 경험을 치른 후부터는 각 회사 영업담당자들끼리 만나 식사하는 것도 꺼리고 있다"면서 "최대한 조심하고 있지만 경각심은 늘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완성차 내수 시장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지니고 있는 현대ㆍ기아차도 각 회사 윤리위원회가 공정거래자율준수 프로그램 이행 여부를 꼼꼼히 들여다보고 있다.
현대ㆍ기아차의 한 관계자는 "2007년 조사를 받아 2009년에 담합이 없다는 결론이 나온 만큼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면서 "그러나 관련 법규 준수 여부를 보다 자세히 점검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항공업계도 2010년 화물운임 담합으로 1,2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은 바 있어 이번 담합 이슈가 재계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들 항공사는 호주ㆍ뉴질랜드 등 외국에서도 화물운임 담합 조사를 받고 있고 국내에서는 여객운임도 담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실정이라 이번 이슈가 더욱 곤혹스럽다.
최근 수년간 호황을 누린 수입차 업계도 긴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 대기업 계열사를 포함한 BMW 딜러사들의 담합이 적발돼 14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