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국가의 지상 과제는 부국강병(富國强兵)이다. 부국강병은 무엇보다도 국가지도자의 리더십에 성패가 달려 있다. 이는 최고지도자의 칭호가 제왕이 됐든 대통령이나 수상이 됐든 만고불변의 원칙이다.
역사의 주체에 대해 몇몇 지도자나 영웅호걸이 아니라 이름 없는 수많은 백성이라는 이른바 민중사관이라는 게 있기는 하지만 왕조시대건 민주화시대건 출중한 민족적 지도자에 의해 국가의 역사가 이어져왔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이는 무엇을 뜻하는가. 백성의 힘이 아무리 강하더라도 그 힘을 하나로 결집시켜 목표를 향해 전진시키는 지도자의 탁월한 리더십이 없어서는 국가의 발전이 이뤄질 수 없다는 사실을 여실히 증명한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최고지도자의 리더십이 출중한가, 아니면 용렬한가에 따라 수많은 나라의 명운이 좌우됐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는 정치ㆍ경제ㆍ사회ㆍ외교ㆍ문화 등 거의 전분야에 걸쳐 비상한 난국에 처했다. 특히 가장 중대한 당면 문제가 북한 핵개발 소동이다. 단순히 소동으로 끝날지, 아니면 대폭발의 재앙으로 끝날지 아무도 앞날을 점칠 수 없고 언제 어떤 식으로 돌변할지 모르는 이 문제는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가장 급박한 문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이를 둘러싼 주변 각국 지도자의 리더십이 비상한 관심 속에서 세계의 이목을 모으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국민은 노무현 대통령이 전에 없이 출중하고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해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말로만 동북아 균형자 역할을 하겠노라고 큰소리를 칠 게 아니라 당장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북핵 문제부터 세계 만방의 칭송을 받을 수 있도록 잘 풀어보라는 것이다.
지금은 정책의 실패를 야당이나 언론의 탓으로 돌릴 그런 한가한 때가 아니다. 국운이 걸린 중대한 분기점에, 기로에 서 있는 것이다. 입에서 나오는 대로 아무 말이나 마구 할 때가 아니다. 최고지도자는 언행언동이 보통 사람들보다 백배 천배 더 신중해야 한다. 그런 까닭에 이처럼 비상한 시기일수록 역사에서 교훈을 찾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조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위대한 국가 최고지도자는 누굴까. 광복 이후는 아무도 꼽기 어렵고 왕조시대를 되짚어보자. 가장 훌륭한 제왕이 누구냐고 물으면 고구려의 광개토태왕과 조선조의 세종대왕 두사람을 들기 십상이다.
두분 가운데 누가 더 위대한가는 굳이 따져볼 필요가 없겠고 어쨌든 두분 모두 탁월한 경륜과 출중한 리더십으로 나라를 이끌어 최성기를 이룩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세종대왕이 부왕 태종이 굳건하게 다져놓은 왕권을 바탕으로 소신껏 개혁과 치세를 펼쳤다면, 광개토태왕은 어린 나이에 즉위해 황무지를 개척하듯 대제국을 이끌었다는 점이 다르다.
광개토태왕은 391년 18세의 나이로 즉위해 413년 39세로 세상을 뜰 때까지 재위 22년간 동안 탁월한 경륜과 출중한 리더십으로 부국강병의 대업을 펼쳐 한민족 사상 최대의 판도를 개척한 위대한 제왕이다.
그는 단순히 뛰어난 전략전술로써 주변국을 정벌해 사상 최대의 판도를 개척한 정복군주로 알기 쉽지만 전쟁을 통해서 영토만 넓힌 호전적 제왕은 아니었다. 그는 밖으로는 남정북벌(南征北伐)하며 수많은 외적을 굴복시켜 국위를 천하에 떨쳤지만 안으로는 백성들이 편안히 생업에 종사하고 자유로운 신앙 생활을 통해 정신적 평화를 찾을 수 있게 함으로써 부국강병을 이룩한 우리 민족 사상 가장 위대한 제왕이요, 비상한 영주였다. 부국강병이란 인류사가 시작된 이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나라가 추구하는 지상의 목표요, 지고의 과제가 아닌가.
태왕은 고구려 사상 최강의 정예군을 육성ㆍ지휘한 탁월한 전략가이기도 했지만 내정에도 힘써 행정과 군사제도를 비롯한 여러 가지 제도를 정비하고 백성들이 마음 놓고 생업에 종사하도록 했다. 또한 하늘과 조상신에게 제사 지내는 나라의 사당과 종묘를 수리ㆍ정비해 고유한 신앙 체계를 정비했는가 하면 전래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불교를 통해 백성들이 정신적 안정을 찾도록 세심하게 배려할 줄도 알았다.
중국의 고구려사 탈취 기도가 일파만파의 한ㆍ중간 역사 전쟁으로 비화되고 일본의 역사 왜곡에 이은 독도 영유권 주장이 전국민의 분노를 사고 있는 이 시점에 우리의 위대한 선조 광개토태왕의 발자취를 잠깐 되짚어봤다.
또한 북핵 문제로 나라 안팎이 어수선한 이 중대하고 비상한 시기에 국가 최고지도자의 진정한 리더십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봤다. 나라를 통솔하는 과업은 결코 누구를 흉내 내거나 연습을 함으로써 이룩되는 것이 아니다. 타고난 자질이 비범해야만 하고 국민 누구나 진심으로 믿고 따를 수 있는 신뢰감을 심어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 모두가 바라는 이 시대의 리더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