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의 최고 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ECJ)는 23일 독일 자동차 업체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막기 위해 제정된 일명 ‘폴크스바겐법’이 불법이라고 판정했다.
유럽사법재판소 대변인은 “독일이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존중해야 하는 책무를 이행하는데 실패 했기 때문에 법을 무효화하는 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1960년에 제정된 폴크스바겐법은 외국 기업에 의한 적대적 인수합병을 저지하기 위해 단일 주주가 20% 이상의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재판소는 “독일이 소수 주주들의 이익을 보호한다는 명분에서 그런 규정(20%이상 의결권 행사 금지)을 유지해야 하는지를 증명하는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은 독일의 스포츠카 제조업체 포르셰가 유럽 최대 자동차 업체인 폴크스바겐을 인수하는 데 최대 걸림돌을 제거한 것으로 포르셰에 지분 확대를 통한 인수의 길을 열어준 것으로 분석된다. 폴크스바겐 주식의 31%를 소유하고 있는 포르셰는 지분을 늘려 명실상부한 최대주주의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의욕을 감추지 않고 있다.
EU 집행위는 또 이번 판결이 주요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회원국들의 보호주의 움직임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 동안 독일 정치인들과 노조는 자국 내 일자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도 폴크스바겐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EU 집행위는 지난 2005년 이 법이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는 EU의 단일시장 규칙을 위반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ECJ에 소송을 제기했다. EU 집행위는 예상대로 무효 판결이 나옴에 따라 에너지, 금융 등의 분야에서 비슷한 보호법규를 가동하고 있는 스페인, 이탈리아, 폴란드 등에 대해서도 소송을 제기하는 등 역내에 보호주의가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강력한 조치를 취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