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생존… 통폐합 붐 일듯/생손보 업무조정도 핫이슈보험업계에 있어 97년은 이른바 격동의 한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보험시장 개방 및 가격자유화조치가 올해를 기점으로 대부분 마무리단계에 들어서는데다 생·손보사간 업무영역 조정 및 재벌 시장참여 허용 등 난제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시급한 과제가 신설생보사들의 지급여력 완화다. 보험사 M&A 활성화 및 5대재벌 시장참여 등 굵직굵직한 정책테마들이 모두 신설사 지급여력 문제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정부가 지급여력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이냐에 따라 보험정책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재경원 역시 문제의 심각성을 받아들여 지급여력 문제에 대한 모종의 개선조치를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담보력 확충이라는 기본원칙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며 분할증자 허용등 기술적인 보완선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같은 맥락에서 5대재벌의 시장참여 문제도 조만간 허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금력이 풍부한 대그룹들이 대거 생보시장에 진입함으로써 신설사들에 대한 M&A가 활성화되고 이로써 원칙후퇴없이 지급여력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대기업의 시장참여가 허용될 경우 국내 보험시장은 적자생존의 논리가 판치는 혈투의 장으로 변할게 뻔하다.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보험사는 올 한해 쓰러지거나 통폐합되는 비운을 맞을 수 밖에 없다.
이와함께 생·손보사간 업무영역 조정문제도 올해 보험업계의 주요 해결과제로 꼽힌다. 정부는 이미 신경제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자회사 설립을 통한 상호진출을 허용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양업계는 가급적 빠른 시일내에 정부가 나서 생·손보 업무영역에 대한 명확한 구분을 지어 줄 것을 희망하고 있다.
생보사들은 이와 관련, 최근 개최된 사장단회의에서 「더이상 손보업계에 시장을 잠식당할 수 없다」는 강경입장을 천명하기도 했다.
올 한해 보험시장은 생·손보 가릴 것 없이 국내외 경쟁사들과 먹고 먹히는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만 한다. 금융개혁위가 내세우고 있는 경쟁력 강화의 논리도 결국은 살아남는 기관만을 키우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보험사들로서는 「경쟁력만이 살 길이다」는 격언을 새삼 깨우치는 한해가 될 것 같다.<이종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