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눈가리고 아웅, 생도 3금제도 언제까지 …

5,864명의 초임 장교가 지난주 계룡대에서 열린 합동 임관식에서 소위 계급장을 달았다. 국가안보의 초석이 될 이들이 군의 간성으로 성장해나가기 바란다. 그러나 올해 임관식은 뒷맛이 씁쓸하다. 주지하듯이 초임 장교들은 혹독하다면 혹독한 군사훈련을 이수한 자원이다. 특히 3군사관학교에서 4년 동안 기량과 인품을 갈고 닦은 생도 출신 초임 장교들은 군의 핵심 전력이다.


그런데 군 인재양성의 핵심인 육사의 올해 가입교생 310명 가운데 38명이 자퇴를 택했다. 지난해 육사를 자퇴한 생도는 45명으로 전년의 4.5배에 이르렀다. 해사와 공사에서도 자퇴 생도가 전년 대비 각각 3배와 5배에 달했다는 사실은 3군사관학교의 생도교육이 분명한 문제점을 갖고 있다는 점을 말해준다.

관련기사



각군 사관학교의 생도들을 무엇보다 옥죄는 것은 결혼과 음주·흡연을 금지하는 이른바 3금제도다. 예비사관은 누구보다도 높은 도덕과 윤리의식이 요구된다는 점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지만 3금제도가 과연 제대로 운영돼왔는지부터 따져볼 필요가 있다. 전현직 장성이나 영관급 장교들이 청첩장을 돌릴 때 자녀들의 나이를 따져보면 생도 시절에 이미 아버지가 된 사례가 흔치 않다는 점은 무엇을 말하는가. 생도 때 아이를 가진 뒤 주변에 발각되면 퇴교당하는 반면 들키지 않거나 주위에서 묵인하면 무사한 관행이 아주 예전부터 고착돼왔다는 점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발각되지만 않으면 무사한 풍토는 결국 생도들을 제도적으로 기회주의자 또는 예비 범법자로 내모는 격이다. 시대도 변했거니와 예전부터 문제가 있는 제도라면 바꿔야 마땅하다. 이런 상황에서도 군은 요지부동이다. 심지어 국가인권위원회의 개선 권고마저 묵살하고 있다. 각군사관학교의 3금제도는 각 대학의 학군단이나 학사장교들은 물론 다른 국가의 사관학교와 비교해도 시대착오적이다. 생도에게 엄격한 3금을 강제하는 나라도 한국이 유일하다. 이제는 바꿀 때가 됐다. 언제까지 눈 가리고 아웅할 텐가.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