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IT일자리 창출의 딜레마

우현석 <정보산업부 차장>

정보통신부가 IT산업을 국가적 차원의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며 야심차게 시작한 IT839전략이 곳곳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 IT839전략은 휴대인터넷 등 8대 서비스와 광대역통합망 등 3대 인프라, 디지털TV 등 9대 성장동력 분야에서 대대적으로 사업을 추진해 정보통신산업을 ‘국가를 먹여 살릴 수 있는 전략 산업’으로 육성한다는 청사진이다. 그런 만큼 IT839전략에는 고용을 창출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진대제 장관도 틈만 나면 IT839전략으로 청년실업 해소는 물론 고용을 늘려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실업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다짐하고 있다. 실제로 내년부터 서비스에 들어갈 휴대인터넷 사업의 경우 36조원에 달하는 산업유발 효과와 27만명의 신규고용 창출이 가능하고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오는 2007년까지 생산 30조원에 20만명의 일자리를 만들어줄 것이라는 발표가 잇따랐다. 하지만 이 같은 장밋빛 전망에 대한 관련 업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업계와 전문가들의 냉담한 반응은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구호가 그다지 타당성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앞서 예로 들은 휴대인터넷 사업과 소프트웨어 두개 분야만 해도 50만개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고 이런 식의 계산을 IT839전략 전부문에 적용하면 일자리 수백만개 정도는 문제 없이 만들어낼 수 있다. ‘일자리 창출’ 구호가 설득력을 가지려면 최소한 IT분야에서 만큼은 지금쯤 “사람을 못 구해 난리났다”는 아우성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야 하지만 아직 업계는 조용하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IT산업이 발달하면 IT업계의 일자리는 늘어날지 몰라도 다른 업계의 일자리는 줄어든다는 점이다. 실제로 최근 PDA로 대금 결제를 시작한 백화점들은 업무 효율화에 따라 매장 직원의 절반 이상을 내보냈다. 심지어 지난해에는 SI업계에도 감원의 삭풍이 몰아쳤었다. IT가 일자리를 빼앗는 사례는 이밖에도 얼마든지 있다. IT기술이나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직원들을 더 뽑아야 한다면 IT는 존재 이유를 잃고 만다. IT는 구조조정이나 인력감축을 전제로 한 산업의 성격이 강하다. 그래서 시도 때도 없이 돌출하는 정통부의 “일자리 창출” 구호는 듣기에 민망하다. 국가 기관은 대국민 홍보를 위해서가 아니라 국리민복(國利民福)을 위해 정직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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