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상장사 자사주 취득, 주가에 毒(?)

삼성전자 등 상장사들이 수조원대 돈을 들여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있지만 본래 취지인 주가안정에는 별다른 효과가 없는 것으로나타났다. 오히려 자사주 취득 기간에 외국인 매도세가 집중되면서 주가가 떨어져 매물 받이 역할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12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4월 초부터 지난달 말 사이에 자사주 취득을 시작한 시가총액 1천억원 이상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는 6곳으로, 이들은 2조3천879억원을 들여 총 776만7천365주를 취득할 예정이다. 삼성전자(우선주 포함)와 POSCO, 현대산업개발, S&T중공업, 한국포리올, 광동제약 등이 자사주 취득을 진행하고 있으며 지난 9일까지 총 취득예정 주식수의 70.64%인 548만6천955주를 장내에서 직접 취득했다. 취득 기간 이들 종목의 주가는 평균 15.76%나 떨어져 주가안정이라는 자사주 취득의 본래 취지를 무색케했다. 외국인은 이들 종목에 대해 전체 자사주 취득 주식수의 90.70%에 달하는 497만6천951주를 순매도해 주가 하락세를 부추겼다. 한국 증시의 기함 삼성전자는 4월18일부터 자사주 취득을 시작해 이달 9일까지보통주 193만7천724주, 우선주 30만5천396주를 사들여 예정 취득물량의 75%와 76%를각각 소화했다. 이 기간 외국인 투자자는 삼성전자 보통주와 우선주에 대해 각각 178만335주, 32만4천485주 순매도를 기록했으며 주가는 11.3%, 18.6% 떨어졌다. 시가총액 4위인 POSCO는 이달 2일 이후 취득 예정 주식수의 99%인 171만9천965주를 사들였으며 이 기간 외국인이 228만9천577주 순매도를 기록한 여파로 주가가 19.3%나 급락했다. 같은 기간 미국 금리인상 및 경기하강 우려로 코스피지수가 12.9% 떨어진 것과비교해도 낙폭이 컸다. 증시 전문가들은 POSCO의 최근 주가 급락은 외국인 대량 매도라는 수급 측면의요인이 강했다며 자사주 취득이 외국인 매도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주가에 오히려 독이 됐다고 설명했다. 현대산업개발도 이달 16일 100만주 규모 자사주 취득에 들어간 이후 외국인 매도세가 몰리면서 17.5%나 하락해 코스피지수 하락률을 크게 상회했다. 상장사의 자사주 취득은 수급 측면에서 주가안정에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최근에는 외국인 매도와 맞물리면서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조재훈 대우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시가총액 상위종목의 자사주 취득이 단기적으로 외국인의 지분 처분 욕구를 자극하는 경향이 있는 것을 사실이나 중장기적으로보면 주식 유통물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호재"라고 설명했다. 조 부장은 "자사주 취득 기간에 물량이 충분 소화된 이후 매입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주가가 상승하는 경우도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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