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다국적기업 브랜드는 '공공의 적'

"소비 획일화·고용불안등 부작용" 공공성 회복 강조바야흐로 브랜드의 시대이다. 소니 텔레비전으로 CNN뉴스를 보면서 시작된 아침은 마이크로소프트를 이용하는 업무로 이어지고, 맥도널드에서 햄버거에 코카콜라로 간단히 점심을 때운다. 나이키 신발을 신고, 캘빈 클라인을 입고, GM 자동차를 타는 일상이 반복된다. 현대인들은 브랜드에 포위돼 있다. 영화는 블록버스터 일색이고, 콘서트도 거대기업이 후원하는 대형 무대가 주종이다. 거리를 나서면 사방이 광고 선전물이고, 신문ㆍ방송ㆍ인터넷은 '브랜드 시대'의 풍요와 평화를 예찬한다. 브랜드 시대는 평화로운가? 미국의 비판적 지식인 나오미 클라인의 'NO LOGO'는 브랜드 시대의 위장된 평화를 낱낱이 고발한다. 다국적 기업들의 브랜드전략을 해부한 이 책은 현대판 '자본론'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지식계의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책의 호응에 힘입어 1970년생인 젊은 여성 지식인 나오미 클라인은 '신세대 노엄 촘스키'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저자는 이 책의 집필을 위해 5년간 런던의 법정에서부터 뉴욕과 샌프란시스코의 나이키 타운, 필리핀의 카비테 수출 가공지구에까지 발로 뛰어다녔다. 방대한 자료에 입각한 현장 보고는 다국적 기업의 전횡이 벌어지고 있는 진상을 생생히 전달하고 있다. 그의 눈에 비친 브랜드 시대의 슬픈 자화상은 공간도 없고(NO SPACE), 선택도 없고(NO CHOICE), 일자리도 없는(NO JOB) 암울한 현실이다. 따라서 다국적 기업이야말로 '공공의 적'이라고 주장한다. 첫번째 슬픈 자화상은 'NO SPACE'. 거대 기업의 브랜드 전략으로 이제 더 이상 시장화되지 않은 공간이 남아있지 않다. 건물마다 광고판이 난무하고 있으며, 버스나 택시조차 움직이는 광고판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폴로나 베네통을 입은 입은 사람들은 걸어다니는 광고판일 뿐이다. 인터넷에는 광고사이트가 범람하고 있으며, MTV는 하루종일 광고방송을 틀어대고, 영화도 음악도 언론도 기업의 주요 마케팅 수단이 됐다. 다음은 'NO CHOICE'. 다국적 기업들은 브랜드 파워를 키우기 위해 합병과 시너지에 집착하면서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디즈니는 ABC를 인수해 영화와 만화를 방송하고, 타임워너는 터너방송을 인수해 CNN을 통해 잡지와 영화를 교차 판촉하고 있다. 'NO JOB', 일거리가 사라진 현실이야 말로 브랜드 전략이 낳은 최대의 비극이다. '제품이 아닌 브랜드'라는 전략은 다국적 기업들로 하여금 자사의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을 거추장스럽게 만들었다. 나이키의 경우 자체 공장은 전혀 소유하지 않고 필리핀의 카비테 수출 가공 지구 같은 곳으로 생산지를 옮기고 있다. 기업들은 이전에 사내에서 수행했던 업무를 대부분 아웃소싱으로 돌리고, 정규직은 임시 계약직, 시간제 근로제로 대체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은 이렇게 쥐어짠 재원을 다시 브랜드 확장과 시너지 창출에 쏟아 붓는다. 브랜드 시대의 암울한 자화상을 치유할 저자의 처방은 'NO LOGO'이다. 이는 다국적 기업에 점령당한 '공공의 장소'를 되찾자는 운동이다. 1995~96년 게스 청바지, 디즈니 파자마, 나이키 축구공 등을 생산하는 공장의 노동력 착취가 언론에 고발됐으며 맥도널드의 우림 파괴, 동물학대 등에 대한 대중의 분노가 이어졌다. 저자는 "대중의 의지만 작용한다면 다국적 기업들이 자체 규정을 더욱 강화하도록 유도할 수 있으며, 사회를 기업의 사적 통제에서 공적인 영역으로 되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문성진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