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메달 못 따면 중계 안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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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동계올림픽에서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는 메달을 따낼 가능성이 희박한 종목이다. 메달권과는 거리가 멀지만 국민의 응원을 받는 선수가 있다. 25세의 노선영 선수. 뼈암의 일종인 골육종 진단으로 대표팀에서 낙마한 남자 쇼트트랙 선수 노진규의 친누나다. 노진규는 쇼트트랙 국가대표로 이번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지만 어깨의 악성 종양으로 올림픽 출전을 포기해야 했다. 노선영은 러시아에 입성하면서 "동생을 생각해서 더 열심히 잘하고 싶다"고 말했다.


노선영은 지난 9일 우리 시간으로 오후8시30분 시작된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3,000m 예선에 팀 동료인 김보름·양신영 선수와 함께 출전했다. 메달을 따내리라는 기대감은 약했지만 동생을 위한 희망의 질주를 응원하는 국민이 많았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은 이 장면을 볼 수 없었다. 올림픽 방송을 중계하는 공중파 3사에서 편성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방송사들은 이 경기에서 메달을 획득할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로 드라마 등 정규 편성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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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은 SBS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독점계약을 체결하면서 단독 중계했다. SBS는 당시 단독 중계에 대한 반대 여론을 감안해 봅슬레이·루지 등 비인기 종목에 대한 편성을 늘렸다. 지상파에서만 올림픽 경기를 200시간 방송했다. 당시 올림픽 중계에서 TV 해설자를 선택할 수 있는 다양성은 없었지만 우리 선수가 출전하는 여러 종목들을 볼 수 있었다.

4년이 지난 현재 방송 3사가 모두 올림픽을 중계한다. 선수 출신의 유명 해설자를 영입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했고 '올림픽 대표방송'이라는 홍보에도 열을 올렸다. 하지만 다양성은 사라졌다. 금메달이 유력한 종목은 방송 3사가 중복 편성을 하고 메달 획득이 어려운 종목은 아예 편성조차 하지 않고 있다.

노선영은 전날 25위로 경기를 마쳤다. 그는 "많이 아쉽다"며 고개를 떨궜다. 뉴스를 접한 누리꾼들은 이런 댓글을 달았다. "수고하셨습니다. 당신이 진정한 영웅입니다." 아래에는 또 이런 댓글이 줄을 이었다. "메달 못 따면 방송중계도 안 해주나요."


강동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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