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원·엔 환율 하락 '비상'

지난해 한국 경제의 포인트는 단연 원화 강세였다. 특히 경쟁 통화인 엔화에 대한 원화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1월 100엔당 850원 하던 원ㆍ엔 환율이 연말에는 780원선으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원화는 엔화에 대해 9% 절상됐다. 지난 2004년 초 1,120원선에 비하면 3년 만에 원화는 엔화에 대해 43% 가까이 절상됐다. 지속적인 원ㆍ엔 환율로 인한 여파가 여기저기서 가시화하고 있다. 우선 원ㆍ엔 환율의 하락은 한국의 대일 무역수지 적자 확대에 영향을 주고 있다. 무역수지 적자등 파급효과 커 원ㆍ엔 환율이 하락하기 시작한 2004년 대일 무역수지 적자가 처음으로 200억달러를 넘어섰다. 이후로도 대일 무역수지 적자는 계속 늘어나 지난해에는 사상 최대 규모인 250억달러에 육박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무역수지 적자의 대부분이 부품ㆍ소재 산업에 있다는 것이다. 원ㆍ엔 환율 하락이 단기적으로 한국 기업의 자본재 수입 단가를 낮추는 긍정적 효과가 있지만 장기적으로 국가산업 경쟁력의 기반이 되는 핵심ㆍ부품소재 산업의 기반을 와해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원ㆍ엔 환율 하락은 세계시장에서 한국 제품의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특히 세계시장에서 일본과 경합하고 있는 자동차ㆍ석유화학ㆍ디지털가전ㆍ정보통신기기ㆍ반도체ㆍ조선 등이 타격을 입고 있다. 게다가 일본 제품의 시장 잠식은 국내 시장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ㆍ디스플레이ㆍ노트북PC 등에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원ㆍ엔 환율 하락으로 대일 여행수지마저 적자로 반전됐다. 20억달러 정도 흑자를 꾸준히 기록하던 대일 여행수지가 2005년에는 7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한류 열풍’으로 일본인의 한국 여행이 꾸준히 지속됨에도 불구하고 원ㆍ엔 환율 하락으로 한국인의 일본 여행이 큰 폭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원ㆍ엔 환율 하락은 국내 금융 부문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실제로 최근 들어 엔화 차입은 원ㆍ엔 환율 하락 기대에다 2%대로 낮은 엔화 대출 금리로 인해 크게 늘었다. 엔화 등 외화 차입이 크게 늘어나면서 달러화 공급 물량이 넘쳐났고 이는 다시 원화 강세 기조를 심화시켰다. 즉 경상수지 흑자가 미미한데도 외화차입이 많이 늘어난 것이다. 또 국내에 유입된 엔화 자금 중 상당량이 부동산시장으로 유입되면서 부동산시장 불안이 가중된 것도 원ㆍ엔 환율 하락의 간접적인 여파이다. 원ㆍ엔 환율의 하락에 따른 부정적 효과는 긍정적 효과에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크다. 환율 안정을 위한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기다. 외환 당국은 유동성 공급 확대를 야기하는 대규모 외환시장 개입보다는 달러화 수급관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접근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 외화차입에 대한 엄격한 관리감독을 통해 무분별한 외화차입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내국인의 생산적 해외투자 확대 등을 통해 국내 달러화를 국외로 내보내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해외투자를 촉진하되 해외투자의 방향을 부동산 등에 집중하기보다는 경제성장에 필요한 자원 및 기술 확보, 그리고 금융업의 해외진출 등을 적극 유도하는 등 생산적 해외투자도 필요하다. 시장개입보다 달러 관리 강화 수출기업들도 나름대로의 근본적인 대응으로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 원화 강세가 우리에게 어려운 환경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새로운 변신의 기회로 활용하는 적극적인 자세를 가지는 것도 요구된다. 85년 달러당 254엔에서 95년 83엔까지 하락한 10년간의 엔고에도 불구하고 일본 수출기업들의 제조 경쟁력은 세계 최고 자리를 지켰다. 일본 수출 기업들은 우선 저수익 사업의 철수와 경영합리화로 원가를 절감했고, 다음으로 고부가가치화ㆍ제품차별화 등 사업구조의 고도화로 대응했다. 원화 강세가 아니어도 빠르게 추격하고 있는 중국 기업을 따돌리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변신 없이는 어렵다고 본다. 새로운 변신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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