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솔직하게, 발칙하게…당신은 왜 연애하세요?

● 영화 ‘연애의 목적’



남자 : “젖었어요?” “얘기도 할 겸 저랑 한잔 더 하실래요?” “우리 같이 자요.” “저기 가서 키스나 할래요?” 여자 : “혹시 마약하세요?” “처음 만난 여자들한테 다 그래요?” “앞으로 제 얼굴 어떻게 보려고 그러세요?” 불 꺼진 극장에서 경쾌한 음악과 함께 흐르는 대사들이 범상치 않다. 실제로 라면 ‘미친 놈’ 소리 듣기 십상인 대사들을 영화 속 남자는 음흉한 표정으로 거침없이 쏟아낸다. 듣고 있는 여자도 만만치 않다. 두려웠는지, 어이가 없는 지 말문이 막혔던 여자는 이윽고 “나랑 자고 싶다면 50만원 달라”며 추근대는 남자에게 강펀치 한 방을 멋지게 날린다. 10일 개봉하는 영화 ‘연애의 목적’이다. 제목부터 흥미롭다. 연애에 목적이 있다니. 자기과시, 결혼, 섹스…. 삐딱하게 생각하면 한없이 어긋나는 이 ‘연애의 목적’을 주인공들의 색다른 이야기로 풀어간다. 물론, 그 도달점은 ‘사랑’이다. 6년 사귄 애인을 둔 고등학교 교사 유림(박해일)은 한 살 연상 교생 홍(강혜정)에게 호시탐탐 수작을 건다. “학교 세계는 분위기 싹 봐서 밀고 땡기는 걸 잘 해야 한다”는 유림의 대사처럼 그들의 ‘이상한’ 연애도 팽팽한 분위기에 밀고 당기기의 연속이다. 성추행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는 유림의 행동은 발칙하고 예의가 없다. 하지만 “결혼 말고 좋은 사람들끼리 계산 없이 연애만 하자”는 그의 제안은 애초부터 이뤄질 수 없는 일. 이제 그들은 서로의 진실된 감정을 아는 일이 남았다. 그리고 이제껏 둘의 밀고 당기기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일들이 그들 앞에 펼쳐진다. 제목만 보면 그저 그런 로맨틱 코미디 같지만, 영화는 유림의 기괴한 행동 심리와 함께 홍의 상처와 변해가는 마음까지 카메라에 담았다. 그 힘은 캐릭터의 진지한 묘사에서 나온다. 유림은 적당히 치사하고 이기적이기지만 한 구석엔 진짜 사랑에 대한 열정을 갖고 있다. 홍은 달려드는 남자에게 마음을 꽁꽁 닫지만 그 누구보다 사랑을 듬뿍 줄 자신이 있다. 유림의 ‘진짜’ 성추행에 홍이 흔들린다는 설정은 지극히 남성주의적 시각인 게 사실이다. 마초적 분위기만 너그러이 받아준다면, 영화는 쿨하게 사랑에 상처받고 사랑에 마음 여는 두 남녀의 감성을 섬세히 포착한다. 박해일과 강혜정의 물 오른 연기는 정말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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